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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모더니즘 (38) 벽 속 / 박석준

 신시 100-1 벽 속

나의 모더니즘 (38)

2007-11-14

박석준 /

<원작 요약 개작>_(시집) ( 근하여 / 오늘 11월 / 문이 / 모른다. )

벽 속

 

 

  퇴근하여 길을 걷는다.

  벽 속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희미해진다.

 

  봄과 겨울이 사라지고 있는

  오늘은 11월, 인상 두 개가 흔들린다.

 

  원어민 여자, 출근 직후

  자기 자리에 앉아 빵을 먹고 있다.

  그녀는 오늘도 두 손으로 빵을 감싸 안는다.

 

  하이 메리! 스물일곱이라는 그녀에게

  올봄에 딸을 잃은 남자가 말을 건다.

 

  벽 속에는 소리가 있다.

  벽 속에선 내 발걸음이 세상에서 사라진 날에도

  불타지 않을 소리가 인다.

 

  벽 속에는 이상(李箱) 낚지 못한

  안 열리는 문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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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 2009-03-03 <원작>

∽→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년1월5일-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원작 요약 개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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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시 100

<원작> (벽 속에 ∼ 들어 있다./퇴근하여 / 오늘, 11월 /문, 집의 첨탑이/포토처럼 가을이∼)

벽 속에

 

 

  벽 속에 소리와 형상 가두고 벽 속의 현실을 체험한다.

  벽 속에는 내 수첩 패스워드가 들어 있다.

 

  퇴근하여 길을 걷는다.

  벽 속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희미해진다.

 

  봄과 겨울이 사라지고 있는

  오늘, 11월, 인상 두 개가 흔들린다.

 

  원어민 여자, 출근 직후

  자기 자리에 앉아 빵을 먹고 있다.

  그녀는 오늘도 두 손으로 빵을 감싸 안는다.

 

  하이 메리! 스물일곱이라는 그녀에게

  올봄에 을 잃은 남자가 말을 건다.

 

  벽 속에는 소리가 있다.

  벽 속에선 내 발걸음이 세상에서 사라진 날에도

  불타지 않을 소리가 인다.

 

  벽 속에는 이상(李箱) 낚지 못한

  안 열리는 문, 집의 첨탑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포토처럼 가을이 지나간다. 2007년 벽 속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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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 2009-03-03 오후 10:06. 박석준-나의시론(논문).hwp <원작>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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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2007-1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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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벽 속」: 이중적 낯설게 하기

  나(박석준)는 「13인의 아이의 하나가 거리에서 떠나서」에 이어진 글로 「벽 속에」를 썼다. 이 두 글은 ‘시대를 따라간 인물의 재생’을 목적으로 쓴 것이다. 이 두 글엔 이상의 시어가 차용되었다. 「벽 속에」에는 이상의 시 「가정」에 있는 “안열리는문”이 스며들었다. 「벽 속에」를 요약 개작한 「벽 속」에도 이상의 “안열리는문”이 스며들었다.

  ⓐ“남자”는 딸을 잃었지만 현실 세상엔 원어민 “여자”가 살아 있어서 “남자”는 이 “여자”를 불러본다. 그런데 ⓑ“벽 속에선 내 발걸음이 세상에서 사라진 날에도/불타지 않을 소리가 인다.”라는 표현이 이어진다. 이로써 ⓐ가 ⓑ를 암시하는 장치로 사용된 교묘한 장면임을 알게 된다. ⓑ는 ‘나는 세상에서 떠나더라도 나를 담은 글은 세상에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얼른 드러나지 않게 벽처럼 가린 표현인 것이다. 나(=“나”)의 실존 욕망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상’과 그의 시에 쓴 “안 열리는 문”)을 끌어들여서 나(=“나”)의 이런 욕망이 현실 세상에서 실현되지 못했음도 암시한다.

  「벽 속에」는 교묘하게 세상 속(현실, 가상공간, 뇌리)에 흘러가는 것들을 교묘한 구도와 패러독스를 통해 형상화한 것이다. 하지만 요약한 글 「벽 속」에서 이런 의도를 알아낼 수 없다. “벽 속에 소리와 형상을 가두고 벽 속의 현실을 체험한다./벽 속에는 내 수첩 패스워드가 들어 있다.”와 “포토처럼 가을이 지나간다. 2007년 벽 속에”가 사라졌기 때문에.

  이 글 「벽 속」에 표현된 “봄과 겨울이 사라지고 있는/오늘은 11월, 인상 두 개가 흔들린다.”, “벽 속에선 내 발걸음이 세상에서 사라진 날에도/불타지 않을 소리가 인다.”는 내용상 ‘이중적 낯설게 하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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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화

  나는 2007년 11월 14일에 일어난 실화를 당일에 시 형식으로 글을 썼는데 이것이 「벽 속에」(초고)이다. 이것을 2009년 3월 3일에 「벽 속에」<원작>으로 완성하여 『석사학위 작품집』(2009.08.)에 수록했다. 그런데 이 글은, 첫 시집 출판 과정에서 2013년 1월에 요약 개작되어야 했다. 시집에는 「벽 속」이라고 제목도 변경된 글이 수록되었다. 그래서 그날의 사정에 관한 두 개의 버전이 있게 된 것이다. 「벽 속」은 요약되는 과정에서 나의 원래 구도가 사라졌고 현대 사회에 가려진 일면이 있음을 “벽 속”과 “안 열리는 문”이란 표현으로 암시한 모더니즘 경향을 반영한 글로 변했다. “벽 속”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불명료하여 「벽 속」에선 무비즘 기법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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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2) 2007-12-04

벽 속에

 

 

  벽 속에 소리와 형상을 가두

  벽 속의 현실을 체험한다.

 

  벽 속에는 내 수첩 패스워드가 들어있다.

  퇴근하여 길을 걷는다

  벽 속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희미해진다.

 

  봄과 겨울이 사라지고 있는

  오늘, 11월, 인상 두 개 흔들린다.

 

  원어민 그 여자, 출근 직후

  자기 자리에 앉아 빵을 먹고 있다

  그녀는 오늘도 두 손으로 빵을 감싸안는다.

  하이 메리!

  스물일곱이라는 그녀에게

  올봄에 딸을 잃은

  남자가 말을 건다.

 

  벽 속에는 소리가 있다.

  벽 속에

  내 발걸음이 세상에서 사라진 날에도

  불타지 않을 소리가 인다.

 

  벽 속에

  이상(李箱)이 낚지 못한

  안 열리는 문, 집의 첨탑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포토처럼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2007년 벽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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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22:33.메. 길을 걷다 보면.hwp (초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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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1) 2007-11-14

벽 속에

 

 

  벽 속에 소리와 형상을 가두고

  벽 속에서 현실을 체험한다.

 

  벽 속에는 두고 온 내 수첩 패스워드가 있다.

  퇴근하여 길을 걷는 나

  머리는 희미하지만.

 

  봄과 겨울이 사라져 가는

  오늘, 11월, 인상 두 개가 흔들거린다.

  원어민 그 여자는 출근 직후

  자기 자리에 앉아 빵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도 두 손으로 빵을 감싸안았다.

  하이 메리

  스물일곱이라는 그녀에게

  올봄에 딸을 잃은

  남자가 말을 걸었다.

 

  벽 속에는 소리가 있다.

  벽 속에선

  세상에서 내 발걸음이 사라진 날에도

  타지 않을 소리가 난다.

 

  벽 속에는

  이상(李箱)이 낚지 못한

  안열리는문 집 첨탑이 숨어들었을지 모른다

 

  포토처럼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2007년 벽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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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초고1)

= 2007-11-15 오후 10:24. 서정시의 이론.hwp (초고1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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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

가정(家庭)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減)해간다.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에더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月光)이묻었다.우리집이앓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문(門)을열려고안열리는문(門)을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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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청년󰡕』 34호(193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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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감상

  이 시는 현실과 자아의 불화를 표현하고 있다. 띄어쓰기 없이 산문적 리듬을 통해 시적 의미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집안에 생활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생활이 모자란다는 말은 가족의 생계가 여유롭지 못하거나 정상적인 생활이 이루어질 수 없는 형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집안의 생활이 모자란 것은 ‘나’ 때문이라는 사실이 암시되고 있다. ‘나’는 밤의 사나운 꾸지람 때문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초조와 불안감을 가지지만, 가족들의 꾸지람에 대한 걱정 또한 ‘나’의 초조와 불안을 심화한다. 즉 화자는 들어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들어가기 힘든 상황 속에서 갈등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립의 양상이 이 시의 반복과 비유, 대응의 구조 속에서 변주되고 심화되고 있다.

  성격: 상징

  표현상 특징:

  화자의 답답하고 절망적인 심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띄어쓰기를 무시함.

  연과 행을 구분하는 전통적인 시의 구조를 무시하는 등 파격적인 시 형태를 실험함.

  화자의 내면을 독백으로 강렬하게 드러낸 작품임.

https://blog.naver.com/36hjs/220513956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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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Banksy_03_shop1_09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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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뱅크시(Banksy)는 1990년대 이후로 활동 중인 영국의 가명 미술가 겸 그래피티 아티스트(graffiti artist), 영화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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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상

  시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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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 광주시 사직골. 2005-11-05. PHOTO0511050021

  박석준. 광주시 사직골. 2005-11-05. PHOTO051105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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