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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68), 나의 무비즘 (109) 일기예보_(시선본) / 박석준

나의 123 일기예보_(시선본)_<개작>

나의 실존주의 모더니즘 (68), 나의 무비즘 (109)

2009-04-20

박석준 /

<개작> 2009-07-30

일기예보

 

 

  식목일이었던 일요일 아침에

  20년 넘은 유리재떨이가 깨지고,

  여전히 4월인데

  빈 시간 빗속에서 나는 담배를 피우고 있다.

  비 올 거라고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입 다물고 계셔요

  먼지 들가니까요.

  먼지 들가면 가래 생기고 폐가 나빠져서

  또 약 먹어야 하니까요. 알았어요?

  말할 때하고 식사할 때만 빼고요.

 

  세상에 병실에서 이렇게도 말을 하였지만

  알았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라고 말한 화창한 오후의 일요일에

  슬픈 얼굴로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틀니도 없는 입이

  합 하고 이내 오므라졌다.

 

  다음날 세상에서 그 사람, 말과 함께 잠들어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라는 말과 입 다문 얼굴이

  2주일이 지난 4월에 흔들거린다.

  오전인데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요, 일요일이라 베란다에 상추를 심었습니다.

  조금 전 어떤 선생이 말을 하였지만

  담배 연기 사라지는 끝을 바라보면서

  나는 한 장면을 잡는다.

  나는 어젯밤 그 사람의 지팡이를 가져다가 베란다에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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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9 (초고2) 2009-07-30 오전 5:14. 문학마당에 보내는 작품.hwp <개작>

= 시선27/2009 가을호(200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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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9-04-20 목포시 (목포제일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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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적 해석

  <개작>일기예보시선에 실림으로써 <원작>보다 세상에 먼저 나왔다. 이것은 어떤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매우 가까이한 물건 유리재떨이가 깨어짐으로써 당신의 어머니가 세상을 곧 떠난다,’는 것을 일기예보처럼 예보했다는 생각을 전하기 위해 재떨이가 깨지는 장면을 넣은 것이며, 어떤 사람과 친하게 지낸 사물이 그 사람에게 다가올 일을 암시한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원작>일기예보는 어머니를 향한 짙은 그리움을 전하려는 데에 중점을 두고 어젯밤 그 사람의/지팡이를 가져다 베란다에 놓던 장면을.” 잡았다는 표현을 담았다고 해석함이 적절하다. 이것은 우울하거나 멜랑콜리한 정서에 빠져서 쓴 것도 아니며 빠지려고 쓴 것도 아니다. ‘평범한 소시민의 삶이지만 그 사람의 삶에도 아름다움과 참됨이 있다는 것과 그것을 누군가는 전해줘야만 그 사람은 실존했음을 남기게 된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에 그렇게 형상화한 것이다. “빗속에서 나는 담배를 피우고 있다.라든가, “비를 바라보며라는 배경이 있어서 독자에게 멜랑콜리한 정서를 유발할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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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존하는 인생과 사람에게 다가간 말

  이 글에선 어머니가 한 한 차례의 말이 각각 사람에게 다가간 말로 실현된다. 이 한 차례의 말은 입 다물고 계셔요,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이다. 이 두 가지 말이 서로 상대방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 즉 유언이 되어버렸다는 점에서 이 글이 인생의 알 수 없음인생무상을 알게 한 글이라고 봐도 좋다. (또는 인생에서의 실존을 다룬 글이라고 해석해도 좋다.)

  그리고 결국 이 말들이 마지막 말(유언)이 되고 말았다는 점에서 이 말들은 일기예보와 같은 성격을 지닌 말로 남는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말은 각자 상대방이 잘 살아가기(즉 실존하기)를 바라면서 건넨 말이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라는 말과 입 다문 얼굴이/2주일이 지난 4월에 흔들거린다./오전인데 비가 내리고 있다.”라는 표현을 멜랑콜리를 분명하게 전하려는 표현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 글의 향해 가는 사정과 화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 표현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와 엮여서 시각적으로 흘러가는 장면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한 장면을 잡는다./나는 어젯밤 그 사람의 지팡이를 가져다가 베란다에 놓았다.”라고 바로 이어 표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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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과 박석준의 어머니에 관련한 글들과 글 밖 실화

  이 글에는 나(박석준)가 살아간 20094월의 날들이 실화로 담겨 있다. 글의 그 사람은 화자인 의 어머니이면서 박석준의 어머니이다. 즉 글에서 살아가는 는 박석준()이다.

  ① 20076엔 비가 오는 날에도 노파, 어머니는 내 새벽 식사를 준비하고,/나는 돈밖에 해줄 게 없어 순천에 가 아침 하늘을 본다./나는 나 때문에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카페, 가난한 비 밖) 살아갔다. “점심식사를 하지 않은 까닭은 심장병이 심하니 가능한 한 염분을 먹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 때문이다.

  ② 20079월의 나는 50살이고 미혼이고 교사인 40킬로쯤 된 병약한 사람인데 어머니와 대화를 했다.

  ‘뒷집 여자가 그러더라. 니 몸이 40킬로도 안 돼서 결혼 못 하겠다고. 정말로 니 몸이 40이 안 되냐?라는 말에 나는 .’라고 했다. 나는 39/37킬로인 아픈 나”(유동 뷰티)인 시절도 있었다.

  ⓷ 그러고는 2007년 크리스마스 밤에 나의 어머니가, 광주 유동의 박제방에서 쓰러져서, 입원하였으나 곧 의식을 잃었다. 다음날부터 15개월 넘도록 의식이 없었다.

  ⓸ 200945일은 식목일인 일요일이다. 애연가인 나는 아침 담배를 피우고 나서 어머니 병문안 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푸른마을 아파트 베란다로 갔다. 탁자 위 재떨이를, 이것은 20년 넘게 내가 사용한 두꺼운 유리로 된 재떨이인데, 담뱃재를 털려고 끄집었는데 바로 깨져버렸다. 불길한 일이 있을 것 같아서 곧 동생과 함께(동생의 9살 아들도 데리고) 조선대학교병원으로 갔다.

  ‘어머니는 의식이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머니가 눈을 뜬 채로 입을 벌리고 있어서 먼지 들어갈 것 같아서,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가까이 가서 입 다물고 계셔요. 라고, 나중에 일기예보에 들어간, 말을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눈이 커지고 눈에 슬픈 빛을 내면서

    ― 의식이 돌아와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말소리를 너무 약한 목소리로 전했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

  어머니가 15개월 만에 의식이 돌아온 까닭에 나는 어머니가 곧 회복될 것이다.’는 생각을 하고는 곧 귀가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이 와서 밤에 세 사람이 다시 병원에 갔는데 어머니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고 다음날엔 출근해야 해서 귀가를 서두는데 동생 아들이 병원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아서 애를 먹다가 함께 귀가했다. 그러고는 그 다음날인 46일에 조퇴하고 병원에 왔으나 어머니가 이미 떠났다”.

  그리하여 그 전날에 했던 나의 말과 바로 이어진 어머니의 말이 서로에게 유언이 되고 말았다.

  ⑤ 그런데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버려서 20094월에 나는 아파트 옆 숲길에서 독백을 턴다.

    “내게 돈이 무슨 의미를 지닐까? 나는 왜 일을 하는가?

    아파트 주변 숲 풀밭에 앉아 밤 한 시에 흐느끼는 나

    아픈데. 어머니가 세상에 없다.

    그러나 나를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 말을 듣지 못할 때

    내가 나를 바라보고 나만을 생각할 때

    시간의 색깔을 낚는 빛깔 잃어

    삶은, 존재는 공허하게 된다.

    나는 갈 데가 없다.

    (중략)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

    빚을 갚으면, 예순 살이 되면 이 일을 떠나야겠어.”(빈집)

  ⓺ 2009420일 월요일 비 내리는 아침에 목포제일여고 유리문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낮에 교무실에서 <4월의 가난한 비>라는 글을 쓴다.(이것은 2013년에 시집 카페, 가난한 비에 수록한 일기예보의 초고가 되었다)

  ⓻ 그 후에, 유리재떨이가 깨짐으로써 어머니가 곧 세상을 떠난다는 것을 일기예보처럼 알려줬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529일에 <4월의 가난한 비>를 개작하여 <일기예보>라는 제목을 붙인다.(이것은 20098월에 시선에 수록한 일기예보의 초고가 되었다)

  어머니는 아들이 너무 허약한 몸이어서 결혼하지 못한 것이다는 생각을 했고 내가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지 못해서, 15개월 넘게 불명이었던 의식을 간신히 붙잡아 나에게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라는 유언을 남겼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어서 사는 날까지는 실존하는 길을 모색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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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일기예보

 

 

  유리문 앞에서 비를 바라보며

  나는 담배를 피웠다. 비올 거라는

  일기예보를 생각하며.

  입 다물고 계셔요, 먼지 들어가니까,

  먼지가 들어가면 가래가 생기고 폐가 나빠져

  또 약을 먹어야 해요.

  말할 때하고 식사할 때만 빼고요.

  내가 병실에서 이렇게 말하자

  알았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하고

  그 사람이 말했다. 화창한 오후의 일요일

  슬픈 얼굴로 내 슬픈 얼굴을 바라보다가

  틀니도 없는 입이 합, 하고 오므라졌다.

 

  그 사람의 말과 함께 잠에 들었다가

  다음날 새벽에 잠을 깼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라는 말과 함께 입을 합, 다문 얼굴이

  머릿속에서 흔들렸다. 2주일이 지난 4

  오전인데, 비가 내리고 있다.

 

  어제요, 일요일이라서 베란다에

  상추를 심었습니다.

  인사말을 나눈 뒤 강순이 바로 문을 미는데

  담배연기가 사라지는 끝을 바라보며

  나는 한 장면을 잡았다. 어젯밤 그 사람의

  지팡이를 가져다 베란다에 놓던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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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0 (초고1) 2013-01-06 오전 6:01.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315-2(내가 모퉁이로 사라졌다가).hwp <원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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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2) 2009-05-29

일기예보

 

 

  일요일 낮에 재떨이가 깨지고

  세월이 흘렀는가, 여전히 4월인데

 

  비 온다냐?

  비 올 거라고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비가 안 오면 쓰겄어.

  그냥 4월만 흘렀으면 하는데

  혼자라는 것이 오늘은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입 다물고 계셔요, 먼지 들가니까요.

  먼지 들가면 가래 생기고 폐가 나빠져서

  또 약 먹어야 하니까요. 알았어요?

  말할 때하고 식사할 때만 빼고요.

  세상에서 이렇게도 말을 하였지만

  알았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라고 말한 일요일에

  틀니도 없는 입이

  합 하고 이내 오무라졌다.

 

  세상에서 그 사람, 말과 함께

  사라지고

  2주일이 지난 아직 4

  혼자라는 것이 오늘은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라는 말이 입 다문 얼굴에서 뇌리에

  남아 흔들거리는 지금 4월에

  비가 내리고 있다.

  일요일인 어제 어떤 사람은 베란다에 상추를 심었다는데

  나는 어젯밤 그 사람의 지팡이를 가져다가 베란다에 놓았다.

  그 후로 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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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9. 14:17. 카페 가난한 비_일기예보 (초고2)

https://cafe.daum.net/poorrain/4Ps/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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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1) 2009-04-20

4월의 가난한 비

 

 

  비 온다냐?

  비 올거라고 일기 예보가 있었는데

  비가 안 오면 쓰겄어.

  그냥 4월만 흘렀으면 하는데

  혼자라는 것이 오늘은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입 다물고 계셔요, 먼지 들가니까요.

  먼지 들가면 가래 생기고 폐가 나빠져서

  또 약 먹어야 하니까요. 알았어요?

  말할 때하고 식사할 때만 빼고요.

  세상에서 이렇게도 말을 하였지만

  알았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라고 말한 틀니도 없는 입이

  합 하고 이내 오무라진다.

 

  세상에서 그 사람, 말과 함께

  사라지고

  2주일이 지난 아직 4

  혼자라는 것이 오늘은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밥 거르지 말고 잘 먹어라

  라는 말이 입 다문 얼굴과 함께 뇌리에

  남아 흔들거리는 지금 4월에

  비가 내리고 있다.

  일요일인 어제 어떤 사람은 베란다에 상추를 심었다는데

  나는 그 사람의 지팡이를 가져다가 메란다에 놓았다.

  비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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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0. 14:50. 카페 가난한 비_4월의 가난한 비 (초고1)

https://cafe.daum.net/poorrain/4Ps/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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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머니. 광주 유동 박제방

  [회전]img359 어머니. 광주 유동 박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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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동생 헌, 누나, 나. 광주시

  20200715_130041 복사. 어머니.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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