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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38), 실존주의 앙가주망 (79) 주의해야 할 인물의 명단 / 박석준

나의 신시 177 주의해야 할 인물의 명단_(원작)

나의 무비즘 (138), 실존주의 앙가주망 (79)

2016-12-17 ∽ 12-18

박석준 /

<원작> 2017-01-27

주의해야 할 인물의 명단

 

 

  “블랙리스트?! 너도 살아봐서 알겠지.

  나도 수배당한 적 있다만,

  사람이 집에만 있다냐?”

  말 들어야 할 사람이 목욕하러 들어가 버려,

  뒤따라가면서 “감시와 거짓말을 웬만히 해야지.

  라고 토한 말은 옷을 입고 있는 나라도 들을 수밖에

 

  탄핵, 촛불집회, 듣기도 싫은 이름 따위가 떠올랐지만

  바로 물리치료 받고, 편지함에서 가져온 것이

  이상하다, 대사증후군 주의 단계라니.

  위험 요인 1가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높은 혈당?

 

  블랙리스트에서 확인한 때처럼

  건강보험에서 주의시킨 게 기분 안 좋아서

  사람들 만나러 나간다.

 

  피로해서 열 시 안 되어 눕고 곧 잠들었는데,

  ‘이상하다, 옆구리냐 허리 위냐, 신장 근천 것 같은데.’

  결려서 돌아눕는다.

  마지막 갈비뼈가 아프고 뭉툭 튀어나온 것이 손에 느껴져

  일어나 불을 켠다.

  시간이 새벽 세 시이고 방바닥에 종이가 있다.

 

  대사증후군 생각이 난다.

  ‘탄핵안 가결한 날, 10일, 11일 날 무리했나?

  12일에 건강진단을 했는데.

  신호일까, 주의하라는? 흠! 조심해야지.’

  원인 분석 제대로 하고해결 방안을 찾아낸 것 같다.

 

  불을 끄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일어나 보니 아침이 이미 지나고

  TV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뉴스가 또 나오고

  입 씻고 말을 돌리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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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7. 18:36.내메. 탈출 혹은 지나침-4.hwp <원작 원본>

2017.01.27. 21:04.메. 시원고2편-박석준-시와경계.hwp

= 『시와경계』 32호(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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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6-12-17 (토, 현재, 1 – 4연)

      2016-10-12 문화계 블랙리스트 뉴스

      2016-12-09 (금,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2016-12-10 (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박석준 시집 출판기념회)

      2016-12-12 (병가, 건강검진. 저체중)

    2016-12-18 (일, 현재, 4 – 6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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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주의해야 할 인물의 명단」에서 ‘명단’의 사전 의미는 ‘어떤 일에 관계된 사람들의 이름을 적은 문서’이다. 문맥으로 보아 이 글에선 ‘블랙리스트’(blacklist : 특별히 주의하고 감시 필요가 있는 인물의 명단)를 가리킨 말이며 화자가 “블랙리스트”에 적힌 사람이다. 즉 정권이 화자를 주의 인물로 규정하고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 「주의해야 할 인물의 명단」은 동명으로 <원작>과 개작 <의지 버전>이라는 두 버전이 있는데, <의지 버전>의 주를 참고할 때 두 버전의 화자는 그 글을 쓴 시인 박석준일 가능성이 높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서 2014년 6월 2일, 문학인 세월호 시국선언 754명 명단에 박석준이 포함되어 있다.

  ‘블랙리스트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주의, 감시, 인물’이다. 이 글은 이 중 ‘감시’라는 말이 ‘수배’, ‘거짓말’로 한 ‘인물’에게 이동하고, ‘주의’라는 말이 ‘대사증후군 주의 단계’, ‘위험 요인’으로 한 ‘인물’에게 이동하여 새로운 사건이 펼쳐진다. 이 인물을 개인인 의사가 “대사증후군 주의 단계”라고 을 함으로써 정권처럼 주의할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 보고 있다.

  “블랙리스트”란 ‘특별히 주의하고 감시할 필요가 있는 위험인물들의 명단’이며 흔히 수사 기관 따위에서 위험인물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마련한다. 수배자명단이 이러한 예이다. “너도 살아봐서 알겠지./나도 수배당한 적 있다만”이라고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서 목욕탕에 온 두 사람은 ‘범인’ 취급을 한때 받은 사람이다. 수배당한 적 있다는 사람은 “감시와 거짓말을 웬만히 해야지.”라고 털어놓았다. 그가 자신은 ‘잡범이 아니라 사상범(사회 체제에 반대하는 사상을 가지고 개혁을 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 또는 그런 죄를 지은 사람)’ 취급받았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런데 정권은 블랙리스트 속에 화자를 집어넣어 ‘화자는 위험인물이다.’고 간접적으로 을 했다. 또한 개인인 의사는 화자에게 ‘위험 요인 1가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 의사가 환자를 살피어 병의 상태를 판단함)을 전했다.

  이 들은 참말인가 거짓말인가? 이 글은 이런 물음을 던지면서 사람은 사람살이(사람이 세상을 살아 나가는 일)에 좋지 않은 일을 당하고 통제당할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걸 알려 준다. 잘못된 블랙리스트와 잘못된 건강진단서가 잘못된 말(거짓말)로 주의시켜 해당자에게 흔들리는 행동, 불안, 불편함을 야기함을 암시하고, 야기한 사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이 글은 한국의 부조리한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이 글에는 몇 가지 기법을 사용하여 글 속에 무슨 사건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독자에게 갖게 하고 독자를 글 속으로 흡입한다. 사용된 기법과 예는 다음과 같다.

  ①서술에서 의식의 흐름으로 전환

    (이상하다혈당?/이상하다같은데)로 전환

    (생각이 난다/탄핵안조심해야지)

  ②의식의 흐름에서 사건 진술로 급전환

    (위험 요인 1가지를 보유하고/있다고? 높은 혈당?//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서 확인한 때처럼)

  ⓷자신에게 불안하게 하는 사정이 진행외고 있음(→ 블랙리스트 관련 뉴스가 또 나오고)에도 불구하고 “원인 분석 제대로 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낸 것 같다.”라고 하여 ‘밸런스 인 언밸런스’라는 생각을 들게 하고 자화자찬함으로써, 코믹함을 만들어낸다.

  ④수배당한 적 있다는 사람의 “감시와 거짓말”이란 말이 잘못된 건강진단서와 잘못된 블랙리스트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으로 연결되어 ‘탄핵’이란 사회 정치 현실로 이어진다. 이것은 감시, 거짓말, 통제를 하는 사람(권력)이 도리어 통제를 당하고 말았다는 점에서 통쾌하다는 생각과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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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증후군은 동맥경화와 고혈압, 비만, 당뇨 병, 고지혈증 등 위험한 성인병들이 한 사람에게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당뇨병 환자 중 50~60%에서 고혈압이, 70~80%에서는 고지혈증이, 60%의 환자에게서 복부비만이 발견되고 있다는 학계의 연구보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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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화

  김준태 시인께 시집 출판기념회(12월 10일) 축사를 청하기 위해 영광공고에서 2016년 12월 9일(금) 낮에 12월 12일(월요일) 병가를 내고 조퇴하여, 광주시 충장로에 있다는 베토벤 음악감상실로 향했다. 12월 10일엔 금남로(옛 도청 앞)에서 박근혜 탄핵 집회가 예정되어서 부근에 있는 민들레소극장에서 갖게 될 시집 출판기념회에 사람이 적게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하면서 찾아갔는데 김준태 시인은 뉴스를 듣고 있었다. 박근혜 탄핵 가결되면 축사를 하겠다고 답했다. 보름쯤 전에 기념회 날짜를 예고했으나 아직 시집이 도착하지 않아서 걱정하면서 시 몇 편을 컴퓨터 작업하여 뽑은 종이를 드리고 나왔다.

  주말(토요일)마다 촛불집회에 갔으나, 그날(12월 10일, 토요일) 낮에 소극장으로 갔다. 모르는 사람(김해화 시인)에게 사인하여 시집을 드렸다. 이틀 후인 월요일엔 전남대병원으로 가서 건강진단을 받았다. 며칠 후 받아본 건강진단에는 ‘저체중, 대사증후군’이라는 말이 함께 있었다. 저체중인 사람에게는 일반적으로 대사증후군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진단서 종이가 블랙리스트 확인했을 때처럼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버렸다.

  그 1주일 후의 검진 결과에 저체중이고, 혈당 정상, 대사증후군 없다는 말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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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시 177-1

<개작>

주의해야 할 인물의 명단

 

 

  “블랙리스트?! 너도 살아봐서 알겠지.

  나도 수배당한 적 있다만,

  사람이 집에만 있다냐?”

  말 들어야 할 사람이 목욕하러 들어가 버려서,

  뒤따라가면서 “감시와 거짓말을 웬만히 해야지.

  라고 토한 말은 옷을 입고 있는 나라도 들을 수밖에

 

  탄핵, 촛불집회, 듣기도 싫은 이름 따위가 떠올랐지만

  바로 물리치료 받고, 편지함에서 가져온 것이

  이상하다, 대사증후군 주의 단계라니저체중인데.

  위험 요인 1가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높은 혈당?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서 확인한 때처럼

  건강보험에서 주의시킨 게 기분 안 좋아서

  사람들 만나러 나간다.

 

  피로해서 열 시 안 되어 눕고 곧 잠들었는데,

  ‘이상하다, 옆구리냐 허리 위냐? 신장 근천 것 같은데.’

  결려서 돌아눕는다.

  마지막 갈비뼈가 아프고 뭉툭 튀어나온 것이 손에 느껴져

  일어나 불을 켠다.

  시간이 새벽 세 시이고 방바닥에 종이가 있다.

 

  복부가 홀쭉한데, 대사증후군 생각이 난다.

  ‘탄핵안 가결한 날, 10일, 11일 날 무리했나?

  12일에 건강진단을 했는데.

  신호일까, 주의하라는? 흠! 조심해야지.’

  원인 분석 제대로 하고해결 방안을 찾아낸 것 같다.

 

  불을 끄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일어나 보니 아침이 이미 지나고

  TV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뉴스가 또 나오고

  입 싹 씻고 말을 돌리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2014년 6월 2일, 문학인 세월호 시국선언 754명 명단. (박석준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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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7 <원작>

∼ 2022-12-14 오후 07:25.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선경-박석준-2022-12-14.hwp <수정개작 원본>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03.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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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석준_상무지구. 2016-09-05 오후 7:12. 1473070339539

  박석준_상무지구. 2016-09-05 오후 7:12. 1473070339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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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지구. 2016-10-01 MyPhoto_1170697638_0041

   상무지구. 2016-10-01 MyPhoto_1170697638_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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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준_시집 <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 출판기념회_광주시 민들레 소극장. 2016-12-10. 1481544505475

    박석준_시집 <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 출판기념회_광주시 민들레 소극장. 2016-12-10. 1481544505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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