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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03),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35), 사상시 (16) 농아의 문자메시지 / 박석준

나의 신시 118 농아의 문자메시지

나의 무비즘 (103),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35), 사상시 (16)

2008-10-11 (토)

박석준 /

<원작>

농아의 문자메시지

 

 

  형체는 수도 없는 믿음을 불러세운다.

  믿음 따라

  형상은 갈라지는 그리움을 가린다.

  병원 앞 인도에 붕어빵 장사가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그저 흔할 뿐인데도 유일한

  말을 떨어내며 살아가는

  대학병원에서 나오자 농아는 붕어빵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간다.

  따라온 건지 알 수 없는 개가

  컹 컹 컹

  짖는다.

  농아의 휴대폰에서 문자들이 찍힌다.

  ―붕어빵 2개^^ 얼마?

  ―천원에 4개

  소통이 끝나고 붕어빵 도구가 붕어를 구워 간다.

  농아가 건네는 붕어빵 봉투에서 형체가 꿈틀거리고 있다.

  “엄마, 엄 마,”

  수도 없는 밑음을 놔두고

  ―엄마 붕어빵 먹어요

  문자들이 찍힌다.

  농아의 메시지를 그려낸다.

  형상 수도 없는 그리움에 잠긴 끝에

  병상에 앉아 있는 갑상선암 환자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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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6 ∽ 2009-01-17 오전 11:35. 박석준-08종합1-1-1.hwp <원작>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 2012-10-31 <개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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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8-10-11. (토) 광주시 전남대학병원 및 그 앞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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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시 형식으로 표현된 「농아의 문자메시지」와 「문자메시지」에는 동일한 사건이 담겨 있다. “대학병원에서 나오자 농아는 붕어빵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간다.”와 “병원에서 나온 한 아이가 붕어빵 포차 안으로 들어간다.”에서 “붕어빵 포차 안으로 들어간다.”가 이에 해당한 표현이다. ‘병원에서 나왔다’는 사실과 나온 인물이 아이(농아는 ‘귀가 들리지 않는 아이’이다.)라는 점에서 들어간 인물이 동일한 아이(농아)임을 알게 한다.(동일 인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도 하지만.)

  그리고 이 두 문장의 표현 방법상 다른 점(무비즘이냐 아니냐 하는 점)은 쉽게 파악된다. “대학병원”, “에서 나오자”, “농아”라고 행위를 한 주체와 행위를 이루어낸 시공간을 뚜렷하게 알 수 있게 하는(짙은 무비즘의) 글은 「농아의 문자메시지」이다. ― 「문자메시지」 또한 인물이 움직임을 따라 시공간이 변화하여 흐르면서 발생하는 사건과 사정(장면)을 표현하는 기법 즉 무비즘 기법을 보여주는데 그 농도가 옅다.

  「농아의 문자메시지」는 <원작>이며 『석사학위 작품집』(2009년 8월)에 실려 있고 이것을 수정한 <개작> 「문자메시지」가 시집 『카페, 가난한 비』(2013년 2월)에 실려 있다. 하지만 독자는 어느 것이 ‘원작’인지를 쉽게 구별해낼 수 없다.

  <원작>에서는 작가의 고민 등 상념을 뚜렷하게 반영하였으나, <개작>에서는 이런 요소가 없이 사건 위주로 진술하였다.

  “형체는 수도 없는 믿음을 불러세운다.”는 작가(화자)가 세상살이에 대해서 성찰하여 얻은 생각이며 당시에 화자를 번민하게 한 생각이다. 이런 점에서 <원작>은 사상시에 해당한다. “형체”가 유발하는 수많은 생각은 “믿음”을 요구하지만, 당사자는 필요할 때만 “형체”(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리고 “믿음”을 따라 “형상은 갈라지는 그리움을 가린다.” 즉 믿음의 내용이 변함에 따라 어떤 형상에 대한 다른 그리움으로 갈라져서, 그전의 그리움을 가리게 된다. “사람들은 그저 흔할 뿐”이며 “말을 떨어내며 살아가는데” 어떤 사람은 그저 흔한 사람(보잘것없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말을 떨어내지 못한다. <원작>에 “농아”와 농아의 “엄마”가 그런 인물이다. 그러나 “엄마”가 어째서 말을 못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개작>에서는 갑상선 수술을 해서, 라고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아이”가 ‘농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하여 아방가르드를 낳는다.) 말로 가지(말이 되지) 못하는 목소리는 슬프다.

  “개”는 컹컹 ‘소리’를 짖어 무슨 말을 하려 하지만 보통 사람은 “농아”가 입으로 내뱉은 소리에서처럼 그 소리의 내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농아’와 흔한 보통 소시민은 같은 부류의 사람일 때도 있으나 다른 부류의 사람일 뿐이다. ‘흔한 보통 소시민’과 ‘부유하거나 권력 있는, 또는 명망이 있는 사람’이 다른 부류의 사람인 것처럼.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과 평등하다고 믿는다. 이것이 형체(사람을 포함한 사물들)에 대한 믿음의 패러독스이다.

  <개작>은 이런 점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형상화한 글이다. “아이”가 말 못 하는 농아인 줄을 모르고 “의사”는 “엄마 어엄마 붕어빵 먹어요^^♡.”라고 “아이”가 휴대폰에 찍어낸 글자를 봤을 뿐인데도 “애가 참 착하네요, 말도 잘하고.”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말소리 또는 음성)’로 털어낸다. 한데 <개작>의 화자는 “휴대폰 화면이 반짝반짝 말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말하는 주체가 “휴대폰”인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대답하는 주체도 “손”으로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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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세상에 대한 인식과 표현

  “형상은 수도 없는 그리움에 잠긴 끝에/병상에 앉아 있는 갑상선암 환자를 바라본다.”라는 표현은 “형상”이라는 주어가 있지만 그 정체(주체)가 누구인지 모호하여 아방가르드를 낳는다. 이 “형상”은 누구를 가리키는가?

  이 글 「농아의 문자메시지」엔 ‘형체’, ‘형상’이라는 개념어가 한글로 표현되었고 주어로 사용되었다. 이 용어들의 어떤 의미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 시의 의미가 달라지므로 이 시는 난해성을 지닌 아방가르드 경향을 보여준다. 이 용어들에 대해 사전은 다음과 같이 의미를 규정하였다.

 

  형상(刑象)은 사물의 생긴 모양이나 상태.

  형상(形相)은 인식론적 관점으로 표현되는 플라톤의 용어.

  형태는 사물이나 사람의 모양, 생김새를 말한다.

  형체는 모양과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몸을 지칭한다.

 

  이 글에서는 이런 개념보다는, “농아”의 입장에서 말을 하지 않는 “엄마”라는 존재가 “형체”이고 말을 하지 못하는 “농아” 자신이 “형상”으로 표현한 말로 보변 된다.

  “사람들은 그저 흔할 뿐인데도 유일한/말을 떨어내며 살아가는데”라는 표현은 ‘사람’ 혹은 ‘말’에 관한 나(화자=박석준)의 철학이 담겨 있어 사상시를 만들어낸다. 사람에겐 영어, 중국어 등 여러 언어가 있지만 살아가면서 소통을 위해 떨어내는 것이 ‘말’이다, 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사람”도 흔하고 말도 흔한데 ‘사람’은 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데도 이 표현은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어 아방가르드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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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 당시의 나와 내 주변 사람들

  나(박석준)는 병든 사람이지만 갑상선 암으로 입원 중인 누나를 보러 2008년 10월 11일 토요일 오후에 전남대병원으로 향했다. 광주기독병원에 입원 중인 의식이 없는 어머니를 보고 나온 후였다. 35살 된 미혼의 농아, 과부인 누나의 딸을 병원 앞에서 만나서 붕어빵 포장마차에 갔고 함께 병실로 갔다. 가난한 누나는 간병인을 쓸 돈이 없었고 딸은 직업 없이 나이만 먹은 아이였고 누나 딸의 나이를 모르는 까닭에 의사도 그냥 아이로만 여겼다.

  나는 돈을 버는 미혼의 교사여서 두 곳으로 지급할 돈 계산을 해보는데, 이날은 병원에서 나와서 본 바깥 풍경(직선이 만들어 내는 도시의 건물들의 모습)에 마음이 일렁거렸다. 도시에서 사람들은 건물 속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었다.(즉 어머니와 누나는 건물 속에서 일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병원에서 누나를 만나고 온 지 5일이 된 날(2008년 10월 16일)에 생각을 마치고 ‘농아의 문자메시지’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이것이 『석사학위 작품집』에 실은 동명인 글 「농아의 문자메시지」의 (초고)가 되었다. 그런데 시집 출간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개작하게 되어 「문자메시지」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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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시 118-1

<개작>

문자메시지

 

 

  병원에서 나온  아이 붕어빵 포차 안으로 들어간다.

  아이의 휴대폰 화면에 소리가 사라진 말이 찍힌다.

  ―붕어빵 2개^^ 얼마?

  붕어빵을 굽던 따뜻한 이 대답한다.

  ―천원에 4개^^.

  붕어빵 틀에 붕어들이 구워지고 있다.

 

  아이가 건네는 붕어빵 봉투에서 붕어들이 꿈틀거린다.

  휴대폰 화면이 반짝반짝 한다.

  엄마 어엄마 붕어빵 먹어요^^♡.

 

  갑상선 암 수술이 끝난 여인이 병상에 누워

  아이에게 눈길을 주며 입을 오물오물하는데

  “애가 참 착하네요, 말도 잘하고.”

  의사가 말을 털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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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7 <원작 「농아의 문자메시지」>

∽→ 2012.10.31. 00:43.메.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2년9월22일-1.hwp <개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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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08-10-16

농아의 메일

 

 

  형체는 수도 없는

  믿음을 불러 세운다.

  밑음 따라

  형상은 갈래지는 그리움을 가리운다.

  병원 앞 인도에 붕어빵 장사가 움직이고 있다.

  형체는 수도 없는

  밀을 불러 세운다.

  병원에서 나오자 농아는 붕어빵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따라온 건지 알 수 없는 개가

  컹 컹 컹

  짖었다.

  -붕어빵 2개 =

  천원에 네 개를 그려낸다.

  붕어 형상이 형체가 되었다.

  농아가 건네는 붕어빵 봉투에서 형체가 꿈틀거리고 있다.

  엄마, 마,

  수도 없는 밑음을 놔두고

  -엄마 붕어빵 먹어요

  형상은 수도 없는 그리움이 잠긴 끝에

  농아의 메일을 그려냈다.

  병상에 앉아 있는 갑상선암 환자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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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6. 14:43. 카페 내시절 속에 살아있는 사람들_농아의 메일 (초고)

 https://cafe.daum.net/poorrainman/TS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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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남대병원 전경

  전남대병원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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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2_11:15. 푸른마을 포장마차_poorrain

  2022-10-22_11:15. 푸른마을 포장마차_poor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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