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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98),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31)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_(원작=등단작) / 박석준

나의 신시 111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_(원작=등단작)

나의 무비즘 (98),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31)

2008-06-09 (월) 점심 무렵

박석준 /

<원작> 2009-09-06 (약국에, /3월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까 /우연이었을?/했는데)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

 

 

  방금 전에 교문 안으로 들어간 그 사람은, 선생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약국에, 처음 들어선 3월 그날부터, 그 사람은 몹시 지쳐 있는 모습으로, 피로회복제 좀 주세요, 라고 말했을 뿐이니까 이십대인 내게, 아가씨, 라는  한 번 하지 않았으니까.

 

  점심시간이기 때문일까, 그 사람이 매번 피로회복제 한 알과, 드링크 한 병을 사고는 천 원을 놓고 가는 것이.

 

  내가 점심을 먹고 약국 밖을 산책하던 날, 우연이었을까? 그가 신도시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을 서성거린 것은.

 

  며칠 전 점심시간엔 약국을 거쳐 온 그를 길 건너 농협 자동지급기 앞에서 만난 적이 있다. 급기에서 5만원을 빼내는 그에게 어머나, 또 뵙네요, 아는 체를 했는데, 그는 네, 안녕하세요, 라고만 했다. 농협 봉투에 돈을 집어넣고 길을 나서는 그의 귀밑 흰머리는 50대 초반인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 사람이 우리 약국 소파에서 피로회복제와 드링크를 먹고 있는 오늘, 선생님, 맛있는 거 사 주세요, 말하며 여고생 둘이 들어와 주문을 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오로지 선생일 것 같지는 않다. 어쩐지 길가 담 밖으로 피어 있는 장미꽃이 눈에 띄어 산책길에 잠시 멈춰 선 인생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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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 2008.09.06. 10:50.메. 박석준-08종합1.hwp (약국에, /3월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까 /우연이었을?/했는데) <원작>

= 『문학마당』 24호/2008 가을호 (2008.09.27.) 문학마당 신인상 당선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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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시 111-1

원작 교정 <석사학위 버전> 113-1. 2009-06-01 ()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

 

 

  방금 전에 교문 안으로 들어간 그 사람은, 선생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약국에, 처음 들어선 3월 그날부터, 그 사람은 몹시 지쳐 있는 모습으로, 피로회복제 좀 주세요, 라고 말했을 뿐이니까 이십대인 내게, 아가씨, 라는  한 번 하지 않았으니까.

 

  점심시간이기 때문일까, 그 사람이 매번 피로회복제 한 알과, 드링크 한 병을 사고는 천 원을 놓고 가는 것이.

 

  내가 점심을 먹고 약국 밖을 산책하던 날, 우연이었을까? 그가 신도시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을 서성거린 것은.

 

  며칠 전 점심시간엔 약국을 거쳐 온 그를 길 건너 농협 자동지급기 앞에서 만난 적이 있다. 지급기에서 5만원을 빼내는 그에게 어머나, 또 뵙네요, 아는 체를 했는데, 그는 네, 안녕하세요, 라고만 했다. 농협 봉투에 돈을 집어넣고 길을 나서는 그의 귀밑 흰머리는 50대 초반인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 사람이 우리 약국 소파에서 피로회복제와 드링크를 먹고 있는 오늘, 선생님, 맛있는 거 사 주세요, 말하며 여고생 둘이 들어와 주문을 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오로지 선생일 것 같지는 않다. 어쩐지 길가 담 밖으로 피어 있는 장미꽃이 눈에 띄어 산책길에 잠시 멈춰 선 인생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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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 2008-09-06 (말 ) <원작> ∽ 석사학위작품집-박석준2-1.hwp () <원작 교정작>

= 『석사학위 작품집』(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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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8-06-09 점심 무렵. 목포시 (목포제일여고 및 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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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아방가르드, 모더니즘

  세상에 나온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은 <원작>, 원작을 교정한 <석사학위 버전>, 원작을 수정 개작한 <카페 버전>(=시집 버전), 이 3가지 버전이다. <석사학위 버전>은 <원작>의 “말 한 번”에 조사를 넣어 “말을 한 번”으로 교정한 것뿐이어서 아방가르드 경향으로 쓴다는 원래 창작 의도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시집에 수록하기 위해 원작을 수정한 <카페 버전>은 수정함으로써 아방가르드가 아닌 모더니즘 경향의 시로 만든 것이다.

  <원작>은 (약국에, /3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 /우연이었을?/했는데)이고,

  <카페 버전>은 (약국에 /3월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 /우연이었을까,/했더니)이어서 두드러진 차이점은 문장기호 ‘쉼표(,)의 사용과 삭제’에 있다. 그리고 ‘마침료(.)’의 생략과 사용도 차이점이다. 또한 물음표(?) 표현을 쉼표(,)로 교체한 것도 차이점이다.

  내가 <원작> 첫 행에서 (약국에, /3 그날부터, /모습으로,)로 세 번이나 쉼표로 표현한 이유는 ‘지쳐 있음’과 ‘쉬고 싶음’을 시각화시키기 위해서이다. 반면 ‘뿐이니 ’라는 표현으로 쉼표를 뺀 이유는 (말했을 뿐이니까 아가씨인 내게 아가씨로 대우를 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했으니까)라는 걸 생각해보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우연이었을?”는 ‘혹시 나를 의식해서 한 행동이었을까?’라는 의문을 강조하기 위해 쉼표(,)로 하지 않고 물음표(?)를 일부러 사용한 것이다.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원작>은 이렇게 문장부호의 사용과 생략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아방가르드를 시도한 것이다. “선생님, 맛있는 거 사 주세요,”는 적어도 세 가지 의미로 해석되게 하는 아방가르드 기법의 표현이다. 그것은 ‘① 선생님, 우리한테 맛있는 것 사주세요, ②선생님, 아가씨한테 맛있는 것 사주세요, ③ 아가씨, 선생님한테 맛있는 것 사주세요’라는 푼크툼을 유발시키려고 시도한 표현이다.

  수정한 <카페 버전>에서는 ‘자동지급기’를 ‘현금지급기’로 구체화하면서 근대적 요소를 강조한 면이 있어서 모더니즘 경향을 잘 드러내고 있다.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 3가지 버전은 현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거의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돈”과 “아파트”가 등장하여 시대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서 서성거리는 50대 사람의 모습을 통해 현대 도시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의 번민을 시각화하고 있다. 이 버전들엔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 시공간이 이동하여 세 장면을 만들어냄으로써 영화처럼 느끼게 하는 무비즘 기법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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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나의 시론

4. 시간의 색깔 - ②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자연과학이 과도하게 발달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사회의 발달 속도와 범주는 한 개인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넓다. 존재의 정체성 문제 등 개인적 삶의 어두운 면만이 아니라 계급적 소외와 갈등 등 사회적 삶의 어두운 면도 낳고 있는 것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이다. 다음의 예는 존재조건의 변화에 몰린 한 인물의 일상을 그려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삶의 존재의미와 진정성을 담아보려는 의도에서 쓴 시이다.

  이 시에서는 ‘나’라는 여성인물이 ‘그 사람’이라고 하는 남성인물을 관찰하고 해석하는 시점을 취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해석이 추측형식을 취하고 있어 그다지 명료하게 드러나 있지는 않다. 물론 “선생”일 수도 있는 이 남성인물에 대해 “아가씨”뿐 아니라 또 다른 인물들, 즉 “여고생 둘”의 태도가 매우 호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이 남성인물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으면서 일종의 ‘배려’까지 해주고 있는 것이 이들 여성인물이다. 그에 비해 남성인물은 피로에 지쳐 있으면서도 신도시에서 새롭게 분양하는 아파트에 시선을 두기도 하는, 그리고 자동지급기에서 5만원을 찾기도 하는, 무언가 결여되어 있는, 어두운 삶의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이다.

  결여된 것, 어두운 것을 지향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대상과 더불어 누적된 시간과, 그에 따른 정서적 아우라가 그런 지향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 이 시에서는 관찰 대상인 예의 인물을 우수 어린 존재로 그리려 했으며, “장미꽃이 눈에 띄어 산책길에 잠시 멈춰 선 인생일 것만 같다”라는 “아가씨”의 생각을 통해 내 나름으로는 그것을 심화, 확장하려고 했다.

  ‘시간’에 관해서는 나도 일정한 생각을 갖고 있다. 의식이 없는 시간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특히 그렇다. 나는 시간에도 색깔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색깔은 인간의 삶, 그리고 존재의 지향과 관련해 변한다. 말하자면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指向하는 색깔을 따른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음 예는 그런 내 생각이 담겨 있는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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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시 111-2

<원작 수정 <카페 버전>_(시집 버전) 113-2 (약국에 /3월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 /우연이었을까,/했더니)

산책길에 때로 둘러본 인생

 

 

  방금 전에 교문 안으로 들어간 그 사람은 선생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약국에 처음 들어선 3월 그날부터 그 사람은 몹시 지쳐 있는 모습으로 피로회복제 좀 주세요, 라고 말했을 뿐이니. 이십대인 내게, 아가씨, 라는 말 한 번 하지 않았으니까.

 

  점심시간이기 때문일까, 그 사람이 매번 피로회복제 한 알과, 드링크 한 병을 사고는 천 원을 놓고 가는 것은.

 

  내가 점심을 먹고 약국 밖을 산책하던 날, 우연이었을, 그가 신도시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을 서성거린 것은.

 

  며칠 전 점심시간엔 약국을 거쳐 온 그를 길 건너 농협 현금지급기 앞에서 만난 적이 있다. 현금지급기에서 5만원을 빼내는 그에게 어머나, 또 뵙네요, 아는 체를 했더니, 그는 네, 안녕하세요, 라고만 했다. 농협 봉투에 돈을 집어넣고 길을 나서는 그의 귀밑 흰머리는 50대 초반인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 사람이 우리 약국 소파에서 피로회복제와 드링크를 먹고 있는 오늘, 선생님, 맛있는 거 사 주세요, 말하며 여고생 둘이 들어와 주문을 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오로지 선생일 것 같지는 않다. 어쩐지 길가 담 밖으로 피어 있는 장미꽃이 눈에 띄어 산책길에 잠시 멈춰 선 인생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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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4 오전 12:24.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2년9월.hwp (약국에 /3월 그날부터 /모습으로 /뿐이니. /우연이었을,/했더니) <원작 재교정 수정작>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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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08-06-09

산책길에서 때로 둘러본 생활

 

 

  방금 전에 교문 안으로 들어간 그 사람은

  교사가 아닐지도 모른다.

  내가 아르바이트하는 약국에

  처음으로 들어서던 3월 그날부터

  그 사람은 몹시 지쳐 있는 모습으로 주문했으니까.

  피로회복제 주세요,라고 말했을 뿐

  이십대인 나에게, 아가씨

  하는 소리 한 번 내지 않았으니까.

 

  점심시간이라는 시간 때문이었을까,

  그 사람이 매번 피로회복제 한 알과

  드링크 한 병을 사고서

  천 원을 내놓고 가는 것은.

 

  내가 점심을 먹고

  약국 밖으로 돌아다니던 날,

  우연이었을까? 신도시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 앞에서

  그가 서성거리고 있는 것은.

 

  며칠 전 점심시간엔

  약국에서 나간 그를

  길 건너 농협 자동지급기 앞에서 만난 적이 있다.

  지급기에서 5만원을 빼내던 그에게

  안녕하세요? 아는 체를 했는데

  그는, 네, 안녕하세요?라고만 했다.

  농협 돈봉투를 가져와 돈을 집어넣고

  나서는 그는 귀밑 흰머리가 50대 초반인 듯한 인상을 남겼다.

 

  그 사람이 우리 약국 소파에서

  피로회복제와 드링크를 먹고 있는 오늘

  선생님, 맛있는 거 사주세요.

  소녀 둘이 들어와 주문을 했다.

  그렇더라도 그는 오로지 교사일 것 같지는 않다.

  어쩐지 길가 담벽 밖으로 피어 있는 장미꽃

  눈에 띄어

  산책길에 잠시 멈춰설 사람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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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오후 11:55. 박석준-시.hwp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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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크툼

  롤랑 바르트가 『밝은 방』에서 제기한 철학적 개념. 사진을 감상할 때, 사진 작가의 의도나 사진의 상식적인 의미보다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감상 순간의 강렬한 충격과 여운의 감정을 말한다.

  푼크툼(punctum)은 라틴어로 '찌름'이라는 뜻으로, 사진을 봤을 때의 개인적인 충격과 여운의 감정을 말한다. 우선, 푼크툼과 반대되는 개념인 스투디움을 알아야 하는데, 스투디움(stúdĭum)이란 라틴어로 ‘교양’이라는 뜻으로,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사진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 문화적 맥락을 살펴야 된다는 점에서 문화기호학적(또는 구조주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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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옛 목포동아약국

  옛 목포동아약국

    -- 목포의 민주인사들의 사랑방이었던 옛 동아약국. 5.18전남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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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제일여고

  목포제일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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