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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24),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21) 먼 곳 4 ― 수감된 거리에 서면 / 박석준

나의 신시 27 먼 곳 4 수감된 거리에 서면

나의 무비즘 (24),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21)

1987-11 / 1987-12

박석준 /

(교정) (원작 원고: 역교/열시/역교/)

먼 곳 4

수감된 거리에 서면

 

 

      1

  두 개의 1로 갈라진 11, 넷째 월요일 밤

  3간의 회의 후 오거리의 지역 교협 사무실에서 나온

  주황색 잠바 나는, 열 시를 넘은 항구도시, 불빛들

  불안한 밤길을 버스정류장으로 가고 있다.

  “왜 포위한 거요?”, “당신, 행사장 가려는 선생 아냐?”,

  “저 사람 보통 사람이 아닌께 절대…….

  아니, 내가 직접 데리고 가겠소.”

  세 소리가 부딪쳤다. 역 교협 창립대회장인 성당,

  그 앞길에서. 뛰어온 형사 10 명이 나를 포위한

  지난달 토요일 낮에. ‘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삼성다방의 밀실, 탁자 앞에 마주앉은 선생 11명이

  뇌리에 들어선다. 모레 결성을 하자는데…….

 

  밤 12시가 다 되는 시간에 나는

  불안한 몸을 눕혀버린다. 자취방에 돌아와

  부은 가는 다리를 보았으나, 그제야 일을 끝내서.

 

  그 사정이 내게 사무쳐서 마음이 흐려졌다. 그럼에도

  선생들하고 일을 하고 있을 때엔 마음이 흔쾌히 흐른 나.

  의사 말이 보름쯤은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그럼 그렇게 해야지. 일단 모시고 가.

  란 말을 낮에 교무실로 전화 건 동생 수와 하고선

  이내, ‘입원? 그런데 돈은?’ 생각을 한 나!

  생계비로 돈이 떨어지고, 큰형이 아프다 하여

  영치금을 빚냈는데, 또 돈을 빌려야 될 것 같아서

  어머니의 아픔에 돈을 떠올린 나. 는 누구인가?

  불쌍하다! 부조리하다, 눈물과 일로 갈라진 나!

 

      2

  2등실로 했어. 사람들이 있어서 좋을 것 같아.

  신우염에 관절염, 대상포진까지 겹쳤다고 하던데…….

  결성 모임 다음날, 오후 쉬는 시간에 광주에서 온

  전화를 받고, 나는 내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볼펜 쥔 손이 그저 책상 위 종이에 직선을 긋는 것을

  왼손으로 어루만지는 통증이 흐르는 남은 눈으로 보고,

  의식했으나, 수의 목소리가 뇌리에 흔들거린다.

  직선으로 그려진 그림, 종이를 사무용 비닐봉투에 넣고,

  그날 내 뒤 학생 주빈이 창립선언문이 든 빨간 보따리를

  간신히 전한 성당에서 조금 떨어진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그저 그렇다. 말말고 달리 말할 게 뭐 있는가? 도무지 똑같은 일만 있어야만 한단 말인가? 가난이 장사라 무소불위였다는 건가? 알 수 없다. 나를 안고 있는 그 사정이란 게 의식될수록 내 가슴에 지치도록 권태로 사무쳐 오는 것을.

수감된 거리에 서면

 

  자취방에서 그림 밑에 글자를 떨궈 갔다.

  어두운 방, 고독을 떠나 어머니는 입원실로 갔고

  스물한 살 때 나와 헤어진 형들은 9년째 감옥에 있다.

  나는 매우 가벼운 몸으로 5년째 먼 곳에 다니고 있지만,

  지금 눈에 통증이 흐르고, 마음이 혼탁하다.

 

      3

  12월 첫 금요일, 퇴근 시간이 된 후에, 2층 회의실에서

  평교사회 창립대회를 진행하는 마이크 소리가 흘러오는데,

  주번인 나는 2층의 교무실에서 전갈을 받고 내려간다.

  “내가 선생의 일에 방해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탁자 앞 의자에 앉은 와 소파에 앉은 나의 말소리가

  흘러가, 나는 곧 퇴근했다.

  나는 선생들하고 언덕을 내려가고 있다,

  어스름 길에서, 서른을 거의 지나간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 먼 곳을 떠날 테지만, 이제 수감된 거리에 서면

  나는 불안한 눈, 가는 다리로 어디를 찾아가야 하나?

 

 

  * 큰형 : 박석률(19472017).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197811월에 체포되어 무기수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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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4 2020-03-16 오후 7:09

= 2020.03.18. 11:43.. 박석준-3시집-0618-12-105()-5-93-2.hwp (새 구성: 시간자취방에 나/눕혀버린다. 아와)

+ 2020.04.23. 14:28.. 자문의-.hwp (시간에 나/눕혀버린다. 자취방에 아와) = <원작>

= 2020.04.23. 18:45.. 2020_04(박석준)원고-교정본-1.hwp (원작 원본)

(오교정)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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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

    1987.11.23.() 회의, 나의 아픔, 1부분

    1987.10.17.() 민주교육추진 목포교사협의회 창립, 목포시 용당동 성당

    1987.11.10. ‘먼 곳’ 11인 모임

    1987,11,26. () 어머니 입원, 나의 아픔, 2부분

    1987.11.25. 모임 결성

    1987.12.04.() ‘먼 곳평교사회 창립, 3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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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와 시집과 관련한 해석

  「먼 곳 4 수감된 거리에 서면두 개의 1로 갈라진 11이라는 불명료한 말로 시작하고, “그 사정이 무엇인지 불명확하고, ‘가 누구인지 등장인물이 불분명하다. 상징암시의 수법이 사용된 글이다.

  이 글은 자서전적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에 실렸는데, 시집에서 먼 곳 1부터 먼 곳 4에 흐르는 시간까지 등장하는 인물이다. “딴생각 말고. 몸도 허약한데!” 하고는 어깨뼈를 따독대는 ”(먼 곳 2)이다. 모양상으로는 감싸거나 두둔해 주는’ “이지만 자꾸 두드려 누르는’(통제하는) “이다. “는 자신의 불안한 몸형들(의 사건)” 때문에 에게서 통제받고 있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불안한 밤불안한 몸연결되어 있다. “불빛들이 불안한 밤불안한 눈(통증이 흐르는 남은 눈), 가는 다리연결되어 있다. “불빛들이 불안한 밤밤처럼 어두운 사회 현실전망이 불투명한 가정 사정을 암시하며, 또한 그 사정과 통하는 말이다.

  이 글은 의자에 앉은 와 소파에 앉은 나의 말소리가 흘러가, 나는 곧 퇴근했다. 나는 선생들하고 언덕을 내려가고 있다사이의 관계의 결말을 보여준다. ‘를 통제하는 것을 포기했고, “는 통제를 벗어나고, ‘언덕을 선생들하고 내려가는 존재 즉 먼 곳에서 소외를 벗어난 존재가 된 것이다. ‘언덕은 나의 고난(또는 고난의 길)’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런 면에서 이 먼 곳 4상징주의실존주의리얼리즘 기법들 결합한 글이 된다, 그리고 인물들이 시공간을 이동하면서 펼쳐내는 사건들과 사정들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느껴지는 무비즘 기법을 사용한 글이 된다.

 

  ‘11(십일월)’ 속엔 그 소리()이 하나만 있으나, 그 형태에 ‘1()’이 두 개가 있다. ‘1’은 동음어이다. 그런데 생산적인 목적을 위하여 몸이나 정신을 쓰는 모든 활동. 해결해야 하거나 처리해야 하는 사건. 어떤 현상이 특정 당사자에게 생긴 사정이라는 뜻이 있어서 동음어인 ‘1’활동, 사건, 사정(事情)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그리고 ‘11’은 두 개의 1로 나눌 수 있는 그 형태로 인해 갈라지는 , 또는 눈물의 시각적 이미지를 준다. 그리하여 두 개의 1로 갈라진 11 눈물과 일로 갈라진 나!연상시켜 그 사정암시한다. 그 사정눈물을 만드는 사정 = 가정 사정(어머니가 아픔/큰형이 아픔/돈이 없음)’으로 파악된다. “그 사정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 를 갇힌(수감된) 상태로 있게 하고 에게 지금 권태를 유발하고 있다.

  “두 개의 1전망이 불투명한 가정 사정(에서 내가 해야 할 일)’교육현장에서 내가 해야 할 일(교육운동)’을 내포한다. 이 글은 가 교사들하고의 일에 참여(앙가주망)함으로써 이 두 가지 “1”에서 일단 한 가지를 해결한 것(교육운동: 지역 교협 창립, ‘먼 곳평교사회 창립)으로 끝맺고 있다. 나의 실존적 자유 한 가지를 실현한 셈이다.

  하지만 의지가 있지만, 나의 전망이 불안하다. “언젠가 먼 곳을 떠날 테지만, 이제 수감된 거리에 서면 나는 불안한 눈, 가는 다리로 어디를 찾아가야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재 어머니는 입원실로 갔고”, “형들은 9년째 감옥에 있, “나는 매우 가벼운 몸으로 5년째 먼 곳에 다니고 있지만, 지금 눈에 통증이 흐르고, 마음이 혼탁한 상태로. 수감된 거리에 서면교육운동을 한 이유로 해직되어 거리에 서면이라는 의미이며, “의 가야 할 길에서의 한 목적지를 밝힌 말이다. 이 말엔 현실에 참여하겠다는 의지(앙가주망)가 담겨 있다.

  「먼 곳 4 수감된 거리에 서면은 이렇게 실존하고 싶은 의지(가정 및 사회) 현실이 충돌하면서 끝을 맺고 있지만, 현실을 개선(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실존주의가 반영되어 있다.

  이 글은 어루만지는 통증이 흐르는 남은 눈으로 보고불안한 눈을 지닌 의 처지를 형상화하면서, 직선을 긋는 것을 흔들거린다.라고 내적갈등이 흘려낸. 그리고 1 부분의 그 사정이 내게 갈라진 나!”의식의 흐름기법을 사용하고, 3 부분 수감된 거리에 서면에서는 의식을 직접 흘려내고 있다.

  시집을 살펴보면 이 글은 현재 시점이 1987(서른 살) 11월이며, 이 글에서 사이의 갈등 관계가 해소되는 부분이다. 이 글은 먼 곳 1에서 먼 곳 4까지 펼쳐지는 먼 곳서사시의 마지막 부분이다. ‘먼 곳부조리하고 사람을 통제하는 사회. 나를 소외시키는 사회를 암시한 말이며, 이곳에서 내가 근본적으로 해야 할 일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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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주망(參與文學 Engagement literature)

  참여(參與)라는 의미의 프랑스 실존주의학파의 용어이다. 원래의 말뜻은 담보, 도박이다. 일반적으로 예술지상주의 문학에 대하여 사회·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내세운 문학이다. 사르트르에 의하면 작가는 상황을 폭로함으로써 세계의 변혁을 시도하고, 독자는 폭로된 대상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하며, 따라서 작가나 독자가 필연적으로 사회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

  현실에 대해 비판적이고 사회 변혁에 실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학이념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참여문학은 작품 창작을 통해 현실에 개입하는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참여문학은 문학의 자율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문학을 통한 유토피아적 지향을 표현하려는 실천적 문학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는 어용문학(御用文學)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참여문학은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을 통해 문학론으로 확립됐다. 앙가주망은 어떤 일을 행하기 위해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한 자기 구속을 의미한다. 사르트르는 참여 개념을 통해 개인의 자유에 기반한 현실 세계 비판과 새로운 세계를 향해 자기 자신을 내던지는 실천적 행위를 옹호했다. 사르트르의 앙가주망은 특정 이데올로기에 문학이 복무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의 앙가주망은 자유를 억압하는 모순된 상황과 부조리에 맞서 행하는 모든 문학적 실천을 포괄한다. 이를 위해서는 작가의 자유뿐만 아니라 타인의 자유를 위해서도 스스로 구속된 작가로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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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밖 실화(히든카드)

  오거리의 사무실에서 회의한 회원들이 교협을 창립한다는 기사를 목포교사신문에 게재했다. 만일을 위해서 부회장 이름은 밝히지 않는다는 히든카드 전술을 썼다. 목포교사협의회의 회장, 사무장의 이름을 확인한 먼 곳에서는 나를 부회장이라고 판단하고 사실을 확인하려고 했다. 나는 밝히지 않았다. 창립대회 날인 1017(토요일) 낮에 퇴근한 나는, ‘짭새들이 깔린 것 같다, 너는 키가 작으니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이 보따리를 들고 따라와라.’라고 주빈에게 주문을 했다. 예상대로 창립대회장 목포 용당동성당 주변에 교장, 교감, 장학사, 형사 등이 몰려 있었다. 나는 몸이 몹시 허약해서 선생이라는 의심을 받지 않고 대회장 바로 앞까지 쉽게 왔는데, “저 사람도 선생이오. 잡으시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는 형사들이 몰려왔다. 나는 10미터쯤 후퇴하여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에 교사들이 성당 안으로 들어갔고 주빈이 창립선언문이 들어있는 빨간 보따리를 신부에게 전해 창립대회가 열렸다.

  그 후 먼 곳에서는 학교평교사회 결성 계획을 짰다. 부회장인 내가 주번교사를 하는 날이 124일인데 이날 퇴근 시간 5시부터 내가 교무실(2)에 앉아 있으면 교감은 나만 주시할 것이니 이날 하자고 제안했다. 내가 예상한 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이날 오후 510분경에 교무실 다음다음 실에서 교사 30여 명이 평교사회를 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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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20-03-03

먼 곳 4 수감된 거리에 서면

 

      1

  두 개의 1로 갈라진 11, 넷째 월요일 밤

  3간의 회의 후 오거리의 지역교협 사무실에서 나온

  주황색 잠바 나는, 시를 넘은 항구도시, 불빛들

  불안한 밤길을 버스정류장으로 가고 있다.

  “왜 포위한 거요?”, “당신, 행사장 가려는 선생 아냐?”,

  “저 사람 보통 사람이 아닌께 절대…….

  아니, 내가 직접 데리고 가겠소.”

  세 소리가 부딪쳤다. 역교협 창립대회장인 성당,

  그 앞길에서. 뛰어온 형사 여 명이 나를 포위한

  지난달 토요일 낮에. ‘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상념이 흘러내린다. 삼성다방의 밀실, 탁자 앞에

  마주앉은 선생 11이 뇌리에 들어선다.

  십삼일이나 지나갔다. 모레 결성을 하자는데…….

 

  밤 12시가 다 되는 시간에 자취방에 나는

  불안한 몸을 눕혀버린다. 아와

  부은 가는 다리를 보았으나, 그제야 일을 끝내서.

 

  그 사정이 내게 사무쳐서 마음이 흐려졌다. 그럼에도

  선생들하고 일을 하고 있을 때엔 마음이 흔쾌히 흐른 나.

  의사 말이 보름쯤은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그럼 그렇게 해야지. 일단 모시고 가.

  란 말을 낮에 교무실로 전화 건 동생 수와 하고선

  이내, ‘입원? 그런데 돈은?’ 생각을 한 나!

  생계비로 돈이 떨어지고, 큰형이 아프다 하여

  영치금을 빚냈는데, 또 돈을 빌려야 될 것 같아서

  어머니의 아픔에 돈을 떠올린 나. 는 누구인가?

  불쌍하다! 부조리하다, ‘눈물과 일로 갈라진 나!

 

      2

  2등실로 했어. 사람들이 있어서 좋을 것 같아.

  신우염에 관절염, 대상포진까지 겹쳤다고 하던데…….

  결성 모임 다음날, 오후 쉬는 시간에 광주에서 온

  전화를 받고, 나는 내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볼펜 쥔 손이 그저 책상 위 종이에 직선을 긋는 것을

  왼손으로 어루만지는 통증이 흐르는 남은 눈 보고,

  의식했으나, 수의 목소리가 뇌리에 흔들거린다.

  직선으로 그려진 그림, 종이를 사무용 비닐봉투에 넣고,

  그날 내 뒤 학생 주빈이 창립선언문이 든 빨간 보따리를

  간신히 전한 성당에서 조금 떨어진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그저 그렇다. 말말고 달리 말할 게 뭐 있는가? 도무지 똑같은 일만 있어야만 한단 말인가? 가난이 장사라 무소불위였다는 건가? 알 수 없다. 나를 안고 있는 그 사정이란 게 의식될수록 내 가슴에 지치도록 권태로 사무쳐 오는 것을.

수감된 거리에 서면

 

  자취방에서 그림 밑에 글자를 떨궈 갔다.

  어두운 방, 고독을 떠나 어머니는 입원실로 갔고

  스물한 살 때 나와 헤어진 형들은 9년째 감옥에 있다.

  나는 매우 가벼운 몸으로 5년째 먼 곳에 다니고 있지만,

  지금 눈에 통증이 흐르고, 마음이 혼탁하다.

 

      3

  12월 첫 금요일, 근시간이 된 후에, 2층 회의실에서

  평교사회창립대회를 진행하는 마이크 소리가 흘러오는데,

  주번인 나는 2층의 교무실에서 전갈을 받고 내려간다.

  “내가 선생의 일에 방해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탁자 앞 의자에 앉은 와 소파에 앉은 나의 말소리가

  흘러가, 나는 곧 퇴근했다.

  나는 선생들하고 언덕을 내려가고 있다,

  어스름 길에서, 서른을 거의 지나간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 먼 곳을 떠날 테지만, 이제 수감된 거리에 서면

  나는 불안한 눈, 가는 다리로 어디를 찾아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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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6-20. 내 시절 속에 살아 있는 사람들(메모)

2019-11-24 2020-03-03 (초고)

= 2020.03.09. 05:11.. 박석준-3시집-0618-12-105()-4-2.hwp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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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교정)_시집

먼 곳 4

수감된 거리에 서면

 

 

1

  두 개의 1로 갈라진 11, 넷째 월요일 밤

  세 간의 회의 후 오거리의 지역교협 사무실에서 나온

  주황색 잠바 나는, 10를 넘은 항구도시, 불빛들

  불안한 밤길을 버스정류장으로 가고 있다.

  “왜 포위한 거요?”, “당신, 행사장 가려는 선생 아냐?”,

  “저 사람 보통 사람이 아닌께 절대…….

  아니, 내가 직접 데리고 가겠소.”

  세 소리가 부딪쳤다. 지역 교협 창립대회장인 성당,

  그 앞길에서. 뛰어온 형사 10여 명이 나를 포위한

  지난달 토요일 낮에. ‘는 왜 그렇게 말했을까?

  삼성다방의 밀실, 탁자 앞에 마주앉은 선생 11명이

  뇌리에 들어선다. 모레 결성을 하자는데…….

 

  밤 12시가 다 되는 시간에 나는

  불안한 몸을 눕혀버린다. 자취방에 돌아와

  부은 가는 다리를 보았으나, 그제야 일을 끝내서.

 

  그 사정이 내게 사무쳐서 마음이 흐려졌다. 그럼에도

  선생들하고 일을 하고 있을 때엔 마음이 흔쾌히 흐른 나.

  의사 말이 보름쯤은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그럼 그렇게 해야지. 일단 모시고 가.

  란 말을 낮에 교무실로 전화 건 동생 수와 하고선

  이내, ‘입원? 그런데 돈은?’ 생각을 한 나!

  생계비로 돈이 떨어지고, 큰형이 아프다 하여

  영치금을 빚냈는데, 또 돈을 빌려야 될 것 같아서

  어머니의 아픔에 돈을 떠올린 나. 는 누구인가?

  불쌍하다! 부조리하다, ‘눈물과 일로 갈라진 나!

 

      2

  2등실로 했어. 사람들이 있어서 좋을 것 같아.

  신우염에 관절염, 대상포진까지 겹쳤다고 하던데…….

  결성 모임 다음날, 오후 쉬는 시간에 광주에서 온

  전화를 받고, 나는 내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볼펜 쥔 손이 그저 책상 위 종이에 직선을 긋는 것을

  왼손으로 어루만지는 통증이 흐르는 남은 눈으로 보고,

  의식했으나, 수의 목소리가 뇌리에 흔들거린다.

  직선으로 그려진 그림, 종이를 사무용 비닐봉투에 넣고,

  그날 내 뒤 학생 주빈이 창립선언문이 든 빨간 보따리를

  간신히 전한 성당에서 조금 떨어진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그저 그렇다. 말 말고 달리 말할 게 뭐 있는가? 도무지 똑같은 일만 있어야만 한단 말인가? 가난이 장사라 무소불위였다는 건가? 알 수 없다. 나를 안고 있는 그 사정이란 게 의식될수록 내 가슴에 지치도록 권태로 사무쳐 오는 것을.

수감된 거리에 서면

 

  자취방에서 그림 밑에 글자를 떨궈 갔다.

  어두운 방, 고독을 떠나 어머니는 입원실로 갔고

  스물한 살 때 나와 헤어진 형들은 9년째 감옥에 있다.

  나는 매우 가벼운 몸으로 5년째 먼 곳에 다니고 있지만,

  지금 눈에 통증이 흐르고, 마음이 혼탁하다.

 

      3

  12월 첫 금요일, 퇴근 시간이 된 후에, 2층 회의실에서

  평교사회 창립대회를 진행하는 마이크 소리가 흘러오는데,

  주번인 나는 2층의 교무실에서 전갈을 받고 내려간다.

  “내가 선생의 일에 방해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탁자 앞 의자에 앉은 와 소파에 앉은 나의 말소리가

  흘러가, 나는 곧 퇴근했다.

  나는 선생들하고 언덕을 내려가고 있다,

  어스름 길에서, 서른을 거의 지나간 나는 생각한다.

  언젠가 먼 곳을 떠날 테지만, 이제 수감된 거리에 서면

  나는 불안한 눈, 가는 다리로 어디를 찾아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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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4. 18:01 박석준시집_시간의색깔은자신이지향하는빛깔로간다_내지(0514).pdf (‘ 시간/101연에 사용한 의식의 흐름 기법 파괴/‘그저 행에서 들여쓰기가 안 됨/‘말 말고에 조사를 띄어씀 : 편집자가 임의로 원작 오교정)

=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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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먼곳 시화전(1987-10-30). 주빈-나. img368

    먼곳 시화전(1987-10-30). 주빈-나. img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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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곳 시화전(1987-10-30). 신재용 나-김종훈. img366

  먼곳 시화전(1987-10-30). 신재용 나-김종훈. img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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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교육추진 목포교사협의회 연수회(1988-01-23), img349

  민주교육추진 목포교사협의회 연수회(1988-01-23), img349

    민주교육추진 목포교사협의회 동계 회원 연수회

    (월출산 산장호텔, 1988-01-23),

    내가 노래 부르고 있음. 플래카드와 식순의 글자는 내가 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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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당동성당 / 목포 전교협 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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