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78 카페에 서성거리는 그림자
나의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44), 의식의 흐름 (24), 사상시 (12)
2016-06-23
박석준 /
(교정: 본다./싶어했을까?)
카페에 서성거리는 그림자
마치 안개가 곁을 스친 것 같다.
모처럼 흐르는 안개, 그 속에서 사랑 주고 싶은 사람이 가버리고
불투명인 채로 몽롱해져, 대학 시절
그 안개가 특별한 현상처럼 새겨졌는데
아는 사람을 만났으나,
체험을 요약하고 날은 가고 있다.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마치 안개가 곁을 스친 것 같다.
젊은 시절엔 인생의 향방을 몰라 서성거리고,
40대엔 인생의 종착점이 근처에 있는 것 같아 서성거린다.
시인들의 시를 보다가,
왜 그 시를 써야만 했을까? 그 삶의 사연에 생각이 스며든다.
현실을 투영하여 작업하는 사람은……
하고 싶은 작업을 하는 사람은……
생계를 해결하는 직업으로서의 일은 하고 있으나
하고 싶은 작업으로 카페 운영을 해 가다가
하고 싶은 작업을 쉽사리 못 하는 나
통제와 조건으로 인해 하고 싶은 작업을 못 하는 나
카페의 문이 반쯤 열어진 채로
사람의 그림자가 없는 그 공간을 의식하면서
나는 나의 삶의 그림자를 본 것이다.
황혼에 서성거리다 흔들거리다 하는 것만 같은 삶의 그림자
그 카페의 어두운 실내에서 생각해 본다.
카페를 찾아온 사람은 무얼 만나고 싶어했을까?
이미 떠났지만,
관계로 인해 안다는 것,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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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3 (본다 /싶어 했을까?) <원작>
= 2016-06-28 오전 12:36. 2시집_차례-2016-0.hwp (원작 원본)
=→ 2016-08-24 오후 8:02. 2시집_차례-2016-6 가편집-문학들-93-0.hwp (교정: 본다./싶어했을까?)
=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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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1979년 안개 낀 날 (1연, 대학시절 회상),
2016-06-23(목) (2~7연,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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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화자는 “카페를 찾아온 사람은 무얼 만나고 싶어했을까?”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카페”가 먹는 장소가 아니라 ‘만남의 장소(사회)’임을 암시한다. 즉 이 ‘카페’는 커피를 마시는 카페가 아니라 인터넷카페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고는 “이미 떠났지만,/관계로 인해 안다는 것,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이”란 표현을 하여 인터넷카페임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이렇게 이 글의 흐름엔 유추를 하게 하려는 추리소설 기법이 사용되었다.
이 글은 마지막 어휘들이(이 모든 것들이) 글의 첫 부분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 하는 수미 연결 구성을 하고, 사회(카페)에서의 삶의 문제를 의식의 흐름 기법과 아방가르드 경향을 사용하여 표현한 시 형식의 글이다.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마치 안개가 곁을 스친 것 같다.”는 얼핏 비문(非文)으로 여겨지나 ‘는 생각을 한다’가 생략된 문장으로 해석함이 적절하다. 한편 “젊은 시절엔 인생의 향방을 몰라 서성거리고,/40대엔 인생의 종착점이 근처에 있는 것 같아 서성거린다.”에는 시인의 인생에 대한 성찰이 흐른다.(이 글은 사상시이다.)
“생계를 해결하는 직업으로서의 일은 하고 있으나/하고 싶은 작업으로 카페 운영을 해 가다가 … 통제와 조건으로 인해 하고 싶은 작업을 못 하는 나”는 인터넷카페 운영에 통제를 받았음을 암시한다. “카페의 문이 반쯤 열어진 채로”라고 표현하고 “사람의 그림자가 없는 그 공간을 의식하면서/나는 나의 삶의 그림자를 본 것이다.”라고 화자가 털어놓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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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과 나
나는 음악 감상과 문학 수업을 위해 인터넷카페를 만들고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음악과 학습용 문학 자료들을 올려놓았다. 원하는 사람의 취향에 맞았는지 회원이 3천 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회원으로 가입하여 글 자료를 사진으로 씩어서 사이버범죄라고 경찰에 신고해버렸다. 그러고는 자기한테 박두진, 박목월 등의 시 저작권이 있으니 1억 원을 서울 사무실로 오면 취소하겠다고 윽박질렀다. 작품이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더 되고 저자는 사망한 지 오래되었는데, 남의 글로 돈을 착취하려는 세상에 놀라서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를 썼다. 다른 카페에도 박두진, 박목월 시들이 게시되었는데 왜 나에게 그러냐고 반문하고 나온 뒤 귀가하자 곧 음악과 문학 파일을 모두 삭제했다. 3,000명이 넘는 이 카페 회원을 강제 탈퇴시켰다.
나는 마음 편히 시를 읽고 싶으면 음악을 틀어놓는다. 김소월, 이상, 백석, 오장환, 김수영, 기형도 등 시인의 시를 읽다가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이 시인들이 시 속에 투영한 사람의 삶이 나처럼 고독하고 아프지만 내 삶보다 깊은 것 같아서.
이상, 기형도 시인이 생존했을 때에도 카페는 있었겠지만, 인터넷카페는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나는 사람 없는 밤 커피를 마시는 카페, 사람 없는 밤 인터넷카페를 의식하면 관계가 깊었던 사람과 사람의 삶을 떠올리게 되어 마음이 차분해지지만, 어떤 때엔 마치 안개가 내 곁에 흐르는 것처럼 몽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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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광주시 운암동 카페 89. 20220511_22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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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베네 인터넷 카페 –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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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4_075911 나의 방.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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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4_080336 나의 방.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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