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41 비, 가난한 학교
나의 실존주의 앙가주망 (69), 나의 무비즘 (122)
2013-06-24 ∼ 2013-07-30
박석준 /
비, 가난한 학교
그 농촌, 아저씨의 모습이
아저씨가 입은 옷과 닮았을까
허름하다, 농촌 아줌마가 허름하다.
농사일을 했을까, 허리가 휘어진 아줌마가
약국으로 들어간다.
약국 앞 사거리 전봇대와 가로등 사이
학교 이전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낯설다, 약국에서 나온 아저씨가 절며 걷는다.
노인 같다.
절며 걷는 앞쪽이 바로 논들, 그 너머 자그마한
역사가 있다. 헐거워 보이는
“선생님, 저 컴퓨터 사줄 수 있어요?”
“컴퓨터? 아빠한테 사달래지.”
“얘 아빠 없어요. 저는요 개 사주세요. 애견.”
말이 낯설다, “전 엄마가 없어요. 그래서
대학은 못 가지만, 바리스타 되고 싶어요.”
낯설다, 현실이 어린 사람 곁에 있다.
작은학교 살려내자 투쟁 투쟁
사거리 가로등 쪽에서 구호 소리와
깔리는 저물녘.
정책이 떠나게 했다.
그러고는 정책이 또 떠나라고 한다.
돈을 던질 만한 곳이 아니었을까
부근을 살펴보고서
풀 나무만 흔한 땅을 어쩔 수 없어
그 애 아빠는 떠난 것일까?
반짝이는 큰 것에 뭉개져 버린
작은 것
농촌, 소촌, 한촌, 빈 촌을.
폐교되면 가족이 분열될 수도 있는데
작은 것을 더 작아지게 할 수도 있는
인위, 그것은 지금 그 농촌에
스마트폰도 구워내면서
애견, 컴퓨터, 바리스타를 부르고 있다.
문병란 시인(선생님)께
…
----2013. 7. 30
*이 시와 함께 어떤 사연의 편지를 보냈는지 지금(2015. 8. 12)은 알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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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30. 문병란 시인께 보내는 편지 (사줄/사달래지) <원작>
= 2013.08.18. 23:58. 카페 가난한 비_비,가난한 학교 <원작>
→ https://cafe.daum.net/poorrain/F1vW/98
= 『광주전남 작가』 19호(2013.12.27. 광주전남작가회의)
= 2015.08.14. 20:29. 카페 가난한 비_-2013-07-30-비,가난한 학교
→ https://cafe.daum.net/poorrain/FB7E/23
= 2016.11.09. 17:41. (띄어쓰기 교정: 사 줄/사 달래지/사주세요) 시집_『거짓 시, 쇼윈도 세상에서』(2016.12.02. 문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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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3-06-24 ∼ 2013-07-30 (영광군 영광공고 및 터미널 앞 약국 부근, 함평군 학다리고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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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방학인데도 전교조 싸움 ‘작은학교 살리기’ 등 고심하시는 내용이나 마음고생 짐작이 됩니다.
행사시는 일종의 선전선동의 내용을 담는 propaganda적인 시인데 목적성을 띠어야 하니 부담도 되고 시 아닌 시가 될 가능성도 많지요. 허지만 절충적 입장에서 「비, 가난한 학교」는 행사시로도 전교조 교육운동 시로도 애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예술성이나 교훈성, 사회성, 어느 것이라도 시답게 쓰여지면 감동은 될 것입니다. 대중 앞에서 외치는 전투성, 뻔뻔한 그런 용기도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고민한 흔적도 있고, 시골 학생들의 무례한 요구도 놀랍습니다. 그래도 바리스타의 꿈은 키워주어야지요. 어느 시골 중1년생에게 장래 희망을 묻고 그것을 통계 내어 그 계통의 전문가에게 특강을 요구해 초청받았는데, 그 시골 중학생들의 직업관 전문 분야의 꿈, 교사·교수 학자도 많고 검판사·변호사, 가수·운동선수·탈렌트(이 3분야 많더라고요), 꿈이야 꿈이지 현실적으로 다 이루어지는 건 아니지요.
--2013. 8. 3. 문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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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나의 생각
나는 전남의 시골에서 학교를 없애거나 통폐합하는 정책에 매우 안타까워한다. 따지고 보면 전남에서 생기는 이런 비정상적인 교육 현실은 근본적으로 국가(정권)의 정책에서 기인한 것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잘 알지 못한다. 교육이나 교통, 문화를 서울 쪽으로만 집중시키려는 국가의 정책이 전남 시골의 인구 유출과 피폐화를 가져온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돈의 논리와 관계되어 벌어진 현상이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쪽에서는 소외와 아픔과 슬픔을 겪어야 하니까.
전남 시골에도 공장이나 회사, 학교, 문화 시설이 정상적으로 존재한다면 전남 농촌 사람들이 구태여 고향을 버리고 서울 쪽으로 찾아들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 글은 국가정책으로 인해 전남 시골 지역의 교육 악순환과, 학생들이 어려운 삶의 길로 가야 하는 슬픈 현실을 무비즘 기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글은 내가 영광공고에서 근무하는 시절인 2013년 6월과 7월에 전남의 시골인 영광군과 그 옆 함평군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시 형식으로 모사한 실화이다. 영광에서는 영광의 실업계 여러 학교를 통폐합하여 영광공고로 이미 흡수했다. 그 런데 함평에서도 고등학교들을 통폐합한다는 정책이 알려져서 안타까워하면서 나는 전교조 선생들과 함께 함평으로 가서 반대 시위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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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함평중은 학다리, 신광중이 통합해 탄생
첫 공립-사립 통폐합 함평중 개교. 뉴스1 박영래 기자 | 2017-09-01
전남 함평군 함평읍에 위치한 함평중학교는 지난해 9월 첫 개교했다. 함평중은 학다리, 신광중이 통합 해 탄생했다. - 2018.01.24. 한국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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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전 예전 학다리고 정문
1945. 12. 5. 학교초급중학교 개교
1951. 8. 31. 학다리중학교 6학급, 학다리고등학교 6학급으로 분리
2017. 3. 1. 학다리고등학교 공립 전환
2018. 3. 1. 함평학다리고 개교(학다리고, 함평여고, 나산고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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