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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106), 아방가르드 다다이즘 (37, 1) 단 하루의 장마 / 박석준

나의 신시 120 단 하루의 장마_(시선 버전)

나의 무비즘 (106), 아방가르드 다다이즘 (37, 1)

2009-07-27

박석준 /

<원작>_(시선 버전) (흐리멍텅/버드와이저 소주)

단 하루의 장마

 

 

  회의를 했던 풍암동 폭풍의 언덕

  옆 호프집으로 오라고

  핸드폰으로 듣게 되는데

  택시 차창 밖으로 월요일

  저물녘인지 장마기인지 흐리멍텅

  미디어법인가

  떠들썩하던 여름 밤 빗발이 거세어지는데

  호프집 벽에 걸린 피카소의 거울 보는 여자

  그러고는 나는 버드와이저를 먹었어, 바보처럼

  나는 버드와이저 소주

  먹었어, 광화문의 황금비율

  내 곁에 가끔 살아 걷던 새

  그 새였는지 죽어버려 통닭이 되었군

  똥집은 떨어져 어디론가 가버렸네

  이 없는 나는 쓸쓸한가

  애초 집사람을 데려오지 못해서.

  이쯤해서 술 한 잔 거국적으로.

  광화문의 황금비율로 간을 맞춘 거예요.

  이십에서 오십대까지 남자 셋 여자 셋이 섞인

  우리 테이블의 한 아가씨가

  소리를 잇는데

  근데 히말라야는 셰르파가 맨 먼저 오른 게 아닐까

  이어지는 소리들 속에서

  문득 나는 발견했지

  단 하루의 장마, 이런 밤에는

  나방이 나비보다 높은 곳에 날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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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30 오전 5:14. 《문학마당》에 보내는 작품.hwp (술한잔) <원작>

=→ (술 한 잔) 『시선』 27호/2009 가을호(2009.09.01.)

→ 2012-10-31 <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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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09-07-27. 월요일. 광주시 (풍암동)

      2009년 7월 23일. 대한민국 미디어 관련법 개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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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작품에 시도한 아방가르드와 그것을 강화시키는 무비즘 기법들

  이 글 「단 하루의 장마」<원작>은 “빗발이 거세어지는데”라는 상황묘사 때문인지 우선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느낌 혹은 생각을 갖게 한다. 한데도 이 글은 남자 셋 여자 셋이 함께 만난 공간과 시간이 풍암동 “폭풍의 언덕”이라는 술집(광주), 2009년 7월 27일 월요일 저녁임을 알려주고 있다. 7월 23일에 대한민국 미디어 관련법 개정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이 글이 시대 현실이 어두우므로 술이나 셰르파를 화제로 하여 이야기하는 6인 같은 행동보다는 더 중요한 일을 하라는 앙가주망(자기구속)을 말하며 풍자적 생각을 지닌 것임을 알게 된다.

  사람은 ‘법’을 마련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이 해도 좋을 일이나 행위를(혹은 사고를) 확정하고 제한하고 있다. 사람 사이에서 관계가 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글의 화자는 “흐리멍텅”라고 말하고 그렇게 된 원인이 “저물녘인지 장마기인지” 확정할 수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양주인지 소주인지 불분명하게 “버드와이저 소주를/먹었어.”라고 말한다, “그 새였는지 죽어버려 통닭이 되었군”이라고 생각하고, “똥집은 떨어져 어디론가 가버렸네/집이 없는 나는 쓸쓸한가”라고 아주 모호한 말을 한다. 통닭은 죽은 사물이라서 집(똥집)이 없으며, 나는 산 사람이지만 “집사람을 데려오지 못해서” “집이 없는” 사람이고 ‘집(사람)’이 없어서 ‘나는 쓸쓸한가’라고 자신에게 의문을 제기하면서 자신의 현 처지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린다. 배경으로 제시한 피카소의 “거울 보는 여자”는 역사화인지 추상화인지 정하기가 애매한 그림인데 이것이 미혼인 나의 처지에 연결되면서 야릇한 분위기나 기분에 젖게 한다. 합석한 여자는 “근데 히말라야는 셰르파가 맨 먼저 오른 게 아닐까”라고 선을 확정하고 싶은 일을 말로 토해낸다.

  그런데 화자는 이런 날(분위기가 어수선한 날) 엉뚱하게도 “이런 밤에는/나방이 나비보다 높은 곳에 날았지”라고 자신의 판단을 전하면서 사정을 정리해 버린다. 이런 흐름으로 파악했다면 이 글의 성격은 매우 코믹하고 희즉적이라고 말해도 좋다.

  한편 이 글은 “밤 빗발이 거세어지는데”라고 해놓고 제목은 “단 하루의 장마”라고 미리 언급하여 이 어휘를 아이러니(반어)로 사용한 것인지, 패러독스(역설)로 사용한 것인지 무슨 까닭으로 사용한 것인지 생각해보게 만들면서, 이 비가 오늘 중으로 그친다고 확정한다. ‘장마’란 사전에서 ‘여름철에 여러 날을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이나 날씨. 또는 그 비.’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이 이글이 지닌 아방가르드이다.

  이 글은 불확실한 시대의 ‘일상에서 흐르는 불확실성’을 성찰하게 한다.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1977년 출판한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저서에서 현대의 특성을 불확실성이라 하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불규칙적인 변화로 미래에 전개될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현대를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 원리가 사라진 불확실한 시대’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글은 “이십에서 오십대까지 남자 셋 여자 셋이 섞인” 자리의 매우 어수선한 월요일 저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글 「단 하루의 장마」<원작>(=시선 버전)의 아방가르드는 (회의, 호프집, 미디어법, 빗발, 피카소의 거울 보는 여자, 버드와이저 소주, 광화문의 황금비율, 통닭, 똥집, 집, 집사람, 히말라야는 셰르파단 하루의 장마, 이런 밤, 나방, 나비)라는 ‘어휘들과 그 어휘들의 배치와 순서’에 있다. 이 뒤죽박죽인 어휘들은 별 상관이 없는 것들이 우연히 순서가 있어서, ‘미디어법’이 논란이 된는 현실 속 사람들의 삶에서의 인식에 대한 풍자를 만들어낸다. 특히 “거울 보는 여자/그러고는 나는 버드와이저를 먹었어, 바보처럼/나는 버드와이저 소주”에서 비약과 혼미와 연상이 시작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집 분위기를 흘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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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리멍텅”, “버드와이저 소주”로 수정되어 시집에 실린 「단 하루의 장마」<카페 버전>에서는 이런 다양한 요소를 다 누리지 못하게 한다. 그 한 예로 “황금비율로”를 감안하지 않은 “버드와이저와 소주를/먹었네”라는 표현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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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 「단 하루의 장마」<원작>의 사건들과 그 흐름은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사람들도 실재한 사람들이다. “나”는 나(박석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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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시 120-1

<오수정 개작>_카페 버전(=시집 버전) (흐리멍텅/버드와이저 소주)

단 하루의 장마

 

 

  회의를 했던 풍암동 폭풍의 언덕

  옆 호프집으로 오라고

  핸드폰으로 듣게 되었는데

  택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월요일 저물녘인지 장마철인지 흐리멍텅.

  미디어법인가, 뭔가로 떠들썩한 여름 밤

  빗발이 거세어지는데

  호프집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은

  피카소의 ‘거울 보는 여자’였네.

  나는 버드와이저 소주

  먹었네, 광화문의 황금비율로.

  내 곁에 가끔 살아 걷던 새,

  그 새였는지, 죽어버려 통닭이 되었더군.

  똥집은 떨어져 어디론가 가버렸고.

  이 없는 나는 쓸쓸한가,

  애초 집사람을 데려오지 못해.

  이쯤해서 거국적으로 한 잔 해야지.

  광화문의 황금비율로 간을 맞춘 거예요.

  이십에서 오십대까지

  남자 셋 여자 셋이 섞인 우리 테이블의

  한 아가씨가 소리를 잇는데

  근데 히말라야는 셰르파가 맨 먼저 오른 게 아닐까,

  이어지는 소리들 속에서

  문득 나는 발견했지,

  단 하루의 장마를. 이런 밤에는

  나방이 나비보다 높은 곳에 날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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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30 시선본=<원작>

↛ 2012.10.31. 00:43.메.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2년9월22일-1.hwp <출판사에서 원작 오수정 개작>

(‘황금비율로’를 감안하지 않은 오수정버드와이저와 소주를)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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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석준 _문학마당 신인상 수상자. 대전시 유성 그린하우스. 2008-12-29(월).  오후 8:04

  제7회 문학마당 시상식. 대전시 유성 그린하우스. 2008-12-29(월). 오후 7시. 신인상 수상자 박석준. DSCN0041

  박석준 _문학마당 신인상 수상자. 대전시 유성 그린하우스. 2008-12-29(월). 오후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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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거울 앞 소녀(Girl before a Mirror)_1932

  피카소 거울 앞 소녀(Girl before a Mirror)_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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