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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37), 실존주의 앙가주망 (35), 리얼리즘 (13) 전화와 커피 한 잔 / 박석준

나의 신시 39 전화와 커피 한 잔

나의 무비즘 (37), 실존주의 앙가주망 (35), 리얼리즘 (13)

1991-05

박석준 /

전화와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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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게도 곧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 셋이

    21살 재원과 광휘, 녹두대 현주가

    뇌리에서 이어졌다.

    강경대를 살려내라.

    미국을 반대한다. 노태우 정권 타도하자.

    34해직교사 깡마른 청년이 구호를 외친다,

    가투가 벌어지는 중앙국민학교 4거리에서

    수많은 시위대 속에서 움직이는.

    그러곤 1991 최루탄을 쏘는 바람에 흩어지면서

    발소리들 흐르고 오후 2시 무렵의 장면이 나타났다.

    오매, 아저씨들 데모해서 좋소만,

    이 딸기가 다 물러져버렸네! 어찌해야 쓸까!

    말소리와 인도의 수레와 아줌마를 보았다.

    ― 「오후에 내리는 봄비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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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왔을/밀며/던졌다/)

전화와 커피 한 잔

 

 

  글로 써 보겠다고 볼펜으로 날을 샜는데, 시국의 위태로움을,

  불감증…… 이란 말을 남기고

  박승희는 코스모스 육신을 불태웠건만……,

  나는 마멸된 감정으로 시대를 읽어가려, 부딪치려 했던

  부족한 사람이었다. 시대는 반민주, 부정부패, 수서 비리,

  비리가 판을 치는데. 정오를 넘었고

  지부 사무실 탁자 위 종이를 여선생이 보는데,

  “시국선언문이로군요. 이것 선생님이 쓰신 거예요?”

  “. 초안이죠.”

  “이것 제가 보관할게요. 나중에라도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그럴까요? 그런데, 제가 지금 오백 원이 필요해요…….”

 

  거리의 자판기에서 200커피 한 잔을 빼 먹고 씁쓸하다.

  어제와 같은 자리에 천 원을 놔두셨고,

  내 호주머니엔 그 꾸깃꾸깃한 종이가 없다.

  나는 여선생한테 빌린 돈으로 막 커피를 마셨고,

  건편 코너에서 저녁 시위 중에 윤영규 선생님을 만났었는데,

  누나가 전화 요금 못 내서 정지됐단다. 누나한테 가봐야겠다,

  어머니는 다리를 절며 방에서 나가셨다.

  사무실 일을 함으로써 십만 원 돈이 생기게 되어,

  다만 얼마라도 내 앞날을 생각해서 저금해 달라고

  어머니에게 부탁했었는데.

  고 지부장은 사무실 중앙에 놓인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초등 부문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고심했었소.

  구 선생이 추천하더군요.”

  “괜찮습니다.”

  작년 815일에 구 선생의 전화를 받았는데,

  8개월이 지나갔건만 통장엔 2,500원만 남아 있었다.

  돈은 절실한 사정()에는 반드시 쓰여져야 할 것이라 하지만,

  그렇다면 먹고사는 일 외엔 절실한 사정이 나에겐 없었던가?

  오늘은 커피도 씁쓸하구나.

  돈 없는 나는, 나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부자유고 부조리고 반민주고, 감정도, 생각도, 생활도, 몸도

  마멸된 나는 삶이 그저 스쳐 가는 일상뿐이었단 말인가?

  죽기로 싸우기도 두려워하고

  되는 대로 살기도 싫어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무실에서 머리 파는 일뿐이란 말인가?

  그것도 먹고살기 위해서만……?

  슬픈 시국에 필요 없는 내가 괴롭고 불쾌하다.

 

  분신을 잇달아 발생케 하며

  가열되고 혼미해진 분신정국, 5월 시국은

  지부에서는, 시국선언 투쟁을 하는 방침을 세웠다.

  4월에는 지부사업 일숙직전담제 확보 투쟁관련

  설문지를 분석하는 시간을 주로 쏟아 갔는데

  5월이 되고서부터, 흐르는 시국 속에서

  나는 주로 금남로, 전남대병원 앞길……

  집회가 있는 곳을 찾아 발길을 흩뿌렸다.

  “! 치지직. , …….”

  소리가, 대인시장 길을 타고 생선 파는 곳까지 쫓아왔을 때에도

  최루탄 냄새가 코를 찌르고 연기가 밀며 오더니,

  우리는 남광주시장 쪽으로 민첩하게 움직였는데,

  “석준아, 이렇게 쫓겨 다닐 이유가 없잖냐? 한바탕하고 갈까?”

  사무국장 주섭이 최루탄 연기 쪽으로 말을 던졌다.

 

  “강경대 운구 오고 있다니까, 선생님이 조심은 해야 돼요.

  최루탄하고 화염병이 얼마나 난사됐는지 아요?

  시민들이 병 산다고 모금을 하고 있는 정도란께요.”

  “그런 정도다냐? 빨리 가 봐야겠구나.”

  519일의 아침인데 인수는 언덕 위에서 싸우고

  언덕에서 내려온 나는 병원 앞에 서 있다.

  언덕 위에서는 화염병의 불꽃과 최루탄의 연기,

  싸움하는 사람들의 소리,

  휘날리는 불길!

  페퍼포그가 타오르고 있는 운암동 언덕 아래 길!

  또 학생이 부상당해 피 흘리며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박승희가 운명했습니다. ……. 갑시다. 금남로로!”

  핸드마이크 소리, 병원 앞으로 지나가는 차에서

  정오가 넘었을 즈음.

 

 

  * 박승희(1972-1991.5.19.) : 학생운동가.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이후 전교조 가입 교사에 대한 부당 징계에 대해 항의하는 징계 철회 투쟁에 참여하였고, 참교육 1세대로 불리는 자주교육쟁취고등학생협의회’(자고협)에서 활동하였다. 1991426일 강경대가 백골단의 폭행으로 사망한 후 429일 전남대 집회에 참석하고 노태우 정권 타도와 미국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며 분신하였다.

  * 강경대(1972-1991.4.26.) : 1991년 노태우 정권의 반민주적 통치에 저항한 학생운동가이다. 1991426일 명지대학교 앞에서 시위 중 백골단의 무차별 폭행에 의해 사망하였다. 강경대의 죽음은 19915월 투쟁을 불러일으켰다.

  * 519일의 이송되었다. : ‘운암대첩의 장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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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1 오후 9:34 (초고) 2023-11-12 2023-11-13 11:31 <원작 원본>

= 광주전남 작가(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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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상황

    1991-05-03. 광주 (1, 2)

    1991-05-19. 광주 운암대첩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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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적인 해석

  「전화와 커피 한 잔19915분신정국에서의 시대 현실에 비판적으로 참여(앙가주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난한 , 정부 부패(수서비리), 반민주, 강경대 치사사건이 원인이 되어 형성된 분신정국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고 나름대로 투쟁을 한다.

  이 글은 시공간을 이동하면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관계와 사정을 의식의 흐름수법, 무비즘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삶과 죽음이 세상에(세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석되고 어떤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실존주의가 반영되어 있다.

  ‘전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풍요로운 삶의 길을 열어주는 언로(言路)이다. ‘커피가난한 나가 괴로움을 순간적으로 충동적으로 해소시키는 수단이다.

  “초등 부문”, “지부장”, “윤영규 선생님이라는 말이 있어서 이 글의 가 전교조와 관련된 사람임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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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밖 실화

  이 글엔 1991년 분신 정국에서 5월에 운암대첩 등 광주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 형상화되었다. 실화를 담은 이 글에는 실명 인물들이 등장하며, “는 글쓴이인 전교조 해직교사 박석준이다. 박석준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였지만 전교조 전남지부에 초등위원회 일을 할 사람이 없어서 1990815일부터 6개월간 초등 사무장으로 상근했다. 1991년에는 지부에서 기획부장으로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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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20-0612 박석준시집출간기념회  (102)  나 - 장주섭

  2020-0612박석준시집출간기념회 (102) -장주섭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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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대첩_1991년 5월_2021051416148291416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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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대첩_1991-05. 강경대 운구가 시내로 진입하여 노제

  운암대첩_1991-05. 강경대 운구가 시내로 진입하여 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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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 열사 분신 직후 사진(1991.04.29.)_211936_72501_2454

  박승희 열사 분신 직후 사진(1991.04.29.)_211936_72501_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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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05-19. 전교조 전남지부 기획부장 시절, 운암대첩

  1991-05-19. 전교조 전남지부 기획부장 시절, 운암대첩

  출처

https://dklee.tistory.com/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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