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193 핸드폰과 나와 쐐기가 걸어간 오솔길
나의 무비즘 (155), 실존주의 모더니즘 (93)
2019-06-02 ∽ 2019-06-03
박석준 /
<원작> 2022-09-11 ↛ 시집
핸드폰과 나와 쐐기가 걸어간 오솔길
잘 쓸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한 형이 어제 아침에 내 핸드폰을 손대놓고 바로
서울 간다고 집에서 나가 버렸다. 이내 살피는데,
핸드폰의 메시지, 페이스북이 움직이지 않는다.
껐다가 시도하고 오솔길에서 시도하고 다시 반복해도
지금도 변화가 없다. 형을 원망했지만 답답해진 채,
나는 한낮에 가게로 가는 오솔길 따라 급히 걸어간다.
공유기 불이 들어왔나요? 안테나가 떨어졌네요.
생각지 못한 것들을 지적한다.
임시 조처했지만, 집에서 또 안 되면 핸드폰 교체해야죠.
팔십만 원 들었는데, 3년도 안 돼서 교체해야 한다고요?
가게에서 나와 집 쪽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언제, 왜 안테나가 떨어진 걸까? 안테나를 조심해야겠어.
집에서 안 움직인다면? 새로 사야 할 텐데, 연금이……
생각이 번지면서 핸드폰이, 돈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집으로 가는 오솔길에서 전방 움직이는 검은 것이
곤색 잠바 나를 멈칫하게, 다가가게 한다.
쐐기가 걸어가네?! 급히! 오솔길을 가로질러.
밟아서는 안 되지. 그런데 왜 저놈이 길을 걷고 있지?
떨어졌나? 떨어져 다친 걸까? 나무가 싫어졌나?
떠올랐다, 쐐기가 있었을 법한 나무를 살피다가,
살충제를 뿌리는, 관리실 젊은이의, 조금 전 모습이.
쐐기가 무사히 오솔길을 걸어, 풀밭으로 들어갔다.
다른 나무로 갈까? 혹시 나무 옆 아파트로 갈까?
신경 쓰였지만 앞 아파트로 가려고 오솔길을 걸어간다.
핸드폰이 움직이네! 집에서! 이상하다. 마음이 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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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3-3 ∽ 2022-01-15 오후 3:20. 길가 커피와 담배와 겨울 아침 – 문학들.hwp (걸어갔다.) <원작 원고>
∽ 2022.09.11. 01:01.메. 카페, 가난한 비, 거리에 움직이는 사람들, 무비이즘-선경-박석준.hwp (걸어간다.) <원작 원본>
↛ 2023.01.06. 16:29. 박석준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_내지(0106).pdf (오교정 : 해줄, 80만)
= 시집_『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이니』(2023.03.20.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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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9-06-02 ∽ 2019-06-03. 광주시 푸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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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핸드폰과 나와 쐐기가 걸어간 오솔길」은 여러 가지로 풀이될 수 있는 제목을 사용한 시이다. 사람의 행동에 대한 기억(형이 내 핸드폰을 손댄 일을 떠올려 냄/살충제를 뿌리는, 관리실 젊은이의 모습을 떠올려 냄)이 만들어낸 심리(원망)와 행동(쐐기의 행동을 관찰함)을 그려낸 글이다.
이 글에 핸드폰이라는 사물이 잘 움직이기(걸어가기)를 바라는 마음과 떨어진 쐐기(미물)가 무사하게 걸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연민)이 담겨 있다. 가난한 “나”는 핸드폰(의 상태)으로 인해 심리변화(원망함, 답답함과 불안, 미물에 대한 연민, 편안함)를 겪는다.
가난한 “나”에게 핸드폰은 돈이다.(← 핸드폰이, 돈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가난하니까 “안테나를 조심해야겠어.”라는 말을 뇌리에 흘리지만, 이 말은 화자를 ‘코믹한 면도 있는 순수한 소년 같은 사람’으로 여기게 하면서, 자본주의 도시에서 가난한 소시민이 살아가는 방식을 엿보게 한다.
「핸드폰과 나와 쐐기가 걸어간 오솔길」은 독자를 흡입하기 위해 몇 가지 기법을 사용하였다.
설명(어떤 일의 내용이나 이유 따위를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함), 상황 진술(자세하게 벌여 말함), 서술(사물이나 사건 따위의 사정이나 과정 등을 차례대로 기술함), 서사(敍事,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시간의 연쇄에 따라 있는 그대로 적음), 의식의 흐름(끊임없이 생성하고 변화하는 의식의 연속성)과 그 변화에서 발생한 심리변화 구성(원망 → 답답함 → 불안 → 연민 → 편안).
그리고 사건 전개하는 이 몇 가지 기법에 (시각적, 동적) 이미지를 선명하게 흘려내는 그리하여 무비즘을 만들어내는 *의인법(쐐기가 걸어가네), *유비(類比. 떨어졌네요/떨어졌나?)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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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밖 실화
이 글은 2019-06-02일에 광주시 푸른마을에서 실제로 나를 스쳐간 일과 생각을 적은 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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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9-06-03 ∼ 2019.10.12. 18:14
나와 쐐기가 걸어간 오솔길
잘 쓸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하고는 아침에 내 핸드폰을
손대놓고 바로 형이 서울 간다고 집에서 나갔다,
이내 살폈는데, 핸드폰의 메시지, 페이스북이 움직이지 않는다.
껐다가 시도하고 집 밖에서 시도하고 다시 집에서 시도해도
변화가 없다. 답답하다, 왜 안 움직일까? 형을 원망한다.
나는 한낮에 가게로 가는 오솔길 따라 급히 걸어간다.
전원 스위치를 켰나요? 안테나가 떨어졌네요.
생각지 못한 것들을 지적한다.
임시 조처했지만, 집에서 또 안 된다면 핸드폰 교체해야죠.
팔십만 원 들었는데, 3년도 안 돼서 교체해야 한다고요?
가게에서 나와 집 쪽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언제, 왜 안테나가 떨어진 걸까? 안테나를 조심해야겠어.
집에서 안 움직인다면? 새로 사야 할 텐데, 돈이……
생각이 번지면서 핸드폰이, 돈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집으로 가는 오솔길에서
전방에 움직이는 검은 것이 나를 멈칫하게, 다가가게 한다.
쐐기가 걸어가네?! 급히, 오솔길을 가로질러.
밟아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런데 왜 저놈이 길을 걷고 있지?
나무에서 떨어졌을까? 떨어져 다친 걸까? 나무가 싫어졌나?
쐐기가 있었을 법한 나무를 살피다가,
살충제를 뿌리는, 관리실 젊은이의, 조금 전 모습을 떠올린다.
쐐기가 무사히 오솔길을 걸어, 풀밭으로 들어갔다.
다른 나무로 갈까? 혹시 나무 옆 아파트로 갈까?
신경이 쓰였지만 나는 오솔길을 걸어 건너편 집으로 돌아간다.
전원 스위치가 꺼져 있다. 스위치를 켜니 핸드폰이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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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03, 09-22, 10-12, 10-13 오후 6:06 (33회 수정) (초고)
= 2019.10.12. 18:14.메. 쐐기가 걸어가고.hwp (초고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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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2019-06-03-3 ∼ 2019-07-08
쐐기가 걸어가고
나는 서둘던 걸음을 멈추었어요,
전방 길바닥에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와서.
사진을 찍으면 움직일지 몰라
핸드폰을 챙겨 낮 1시 산책로로 들어갔는데.
오르막길에서도 풍경이 마음에 안 들어서
놀이터 미끄럼틀, 앞쪽에 서 있는 차 찍어놓고
핸드폰 가게에 들러 물었어요.
전원을, 공유기를, 와이파이를…… 이런 말을 머리에 담고
잊어버릴까 봐 외려 하면서 걸음을 서둘렀지만
아직 언짢고 불안했지요.
서울로 귀가하기 하루 전
요금 정액제로 했다는 내 말 제쳐놓고
요금도 절약하고 핸드폰을 잘 쓸 수 있다면서
형이 내 핸드폰을 손대버린 후로는
며칠째 페이스북,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 되질 않아서,
신경이 쓰여서.
돌아오는 길, 집 앞 숲 옆 오솔길에서
멈췄다가 한두 걸음 움직였더니,
따로 움직이는 건 급히 걸어가는 쐐기였어요.
나무에 있어야 할 텐데
밟아서는 안 되지, 저놈도 급한데.
나무를 잠시 살피고
관리실 사람들이 며칠 전 약 뿌리던 게 떠올라
나무에서 떨어졌을까,
나무가 싫어졌나?
생각 들고, 쐐기는 무사히 길을 걸었고, 곧 풀밭이 나올 텐데
다른 나무로 갈까, 혹시 나무 옆 아파트로?
생각 들어, 그래서 다시 걸음을 서둘렀어요.
우선 전원 스위치를 눌렀어요.
공유기가 어떤 것인지
와이파이가 어떻게 터지는지
알지 못하나 곧 핸드폰 옆구리를 누르고
페이스북을 눌렀지요.
움직였어요.
희한하네! 하였지만 아직 불안해서 메시지를 눌렀어요.
고정된 채로 시간이 많이 지나버린 메시지들을 놔두고
새로 글자들을 만들어 표시를 눌렀지요.
움직였어요.
마음이 풀어지고, 걸어가는 쐐기를 찍었어야 했군, 하고 욕망이 뒤따릅니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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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3-3, 06-18, 19-07-08
= 2019.07.15. 15:02.메. 7월의 아침.hwp (메모) =
= 2019.07.17. 20:38.내메. 박석준-작품-0618-11.hwp
= 2019.10.12. 18:14.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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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푸른마을 오솔길. 20171013_15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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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마을 핸드폰 가게. 20220103_11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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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마을 핸드폰 가게. 20220103_11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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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마을 핸드폰 가게. 20220119_1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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