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시 125 불안_(문학마당 버전)
나의 무비즘 (112), 실존주의 아방가르드 (42)
2011-12
박석준 /
<원작>_(문학마당 버전) 2012-04-30
불안
(눈이 오네!)
여의사가 진찰하는, 등받이 회전의자 너머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
가슴을 드러내놓고 어색해서
곧바로 시선을 돌렸는데
이제 막 드러난 가슴
갈비뼈가 눈에 스민다
눈을 감는다
(흠, 겨울이지!)
등받이 회전의자 너머 창밖
열시의 겨울 거리가 눈 속에 흐르고 있다.
차가워서, 가슴에 달라붙는 것에
놀라 금세 고개가 젖혀진다,
여의사가 회전의자에 앉아 있다
그의 청진기가 가슴을 스친다
블럭블럭 블럭블럭
심장에서 소리가 난다 불안해진
동그라미 의자에 앉혀진 앙상한
갈비뼈를 청진기가 스친다.
단백뇨는…… 과로해도 있을 수 있어요
소리들이 진단이다
처방전을 받아가지고
급한 계단을 내려오는데
뭐라 했더라. 단백뇨가……
그새 희미해지고 만다.
의사의 진단은
긴장되게 기억해야 하는데
이제 묵은 벗이 된, 병원 앞길에
눈이 움직이고 있다.
(눈이 많이 오네.)
집들, 건물들을 빗방울처럼 가리는
휘날리는 눈
블록 블록, 하얗게 덮는 것들
위를 밟으며 걸음을 재촉한다.
아무래도 단백뇨가……
별생각들이 마음에 들어와 휘날린다
심장이 블럭블럭
불안해하는 것 같다.
.
2012-02-03 ∽ 2012.04.30. 23:30.메. 1문학마당에 보내는 신작시 5편.hwp <원작>
= 『문학마당』 39호/2012 여름호(201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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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2011-12(2012-01 이전). 광주시 푸른마을. 42K
기상청 날씨누리 광주시 2011년 12월
8-1(토) 1.0mm / 24(토)-26 2.0mm 소낙눈
― https://www.weather.go.kr/w/obs-climate/land/past-obs/obs-by-day.do?stn=156&yy=2011&mm=12&obs=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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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객관적 해석
(눈이 오네!)로 시작한 이 글 「불안」<원작>에는 한 어휘가 사물들을 연상하게 하는 독특한 표현이 있다.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
가슴을 드러내놓고 어색해서
곧바로 시선을 돌렸는데//
이제 막 드러난 가슴
갈비뼈가 눈에 스민다
눈을 감는다
라는 부분에서 “눈에 스민다”의 “눈”이 창밖에 내리고 있는 “눈”과 시선을 돌린 자신의 “눈”을 연상하게 하는 것이 그런 표현이다.
청진기가 가슴을 스친다
블럭블럭 블럭블럭
심장에서 소리가 난다 불안해진
동그라미 의자에 앉혀진 앙상한
갈비뼈를
에서는 “블럭블럭” 소리가 연상을 요구한다. “블럭블럭 블록블럭”은 심장에서 나는 소리이지만, 여의사로 인해 어색해진 “갈비뼈”의 불안한 마음을 청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갈비뼈”는 매우 허약한 화자를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하면서 제유법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갈비: ①등뼈와 복장뼈에 붙어 가슴의 골격을 이루는 활 모양의 긴 뼈대. ②몸이 바싹 마른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
뭐라 했더라. 단백뇨가……
그새 희미해지고 만다.
의사의 진단은
긴장되게 기억해야 하는데
부분은 진료받는 시간에 화자가 ‘긴장했음’을 “긴장되게 기억해야 하는데”로 반어적으로(아이러니하게) ‘긴장하지 않은 것처럼’ 표현하였다. 한데 이 표현은 진단하는 사람이 이성(여자)이어서 긴장했다는 해석도 하게 만든다.
집들, 건물들을 빗방울처럼 가리는
휘날리는 눈
블록 블록, 하얗게 덮는 것들
위를 밟으며 걸음을 재촉한다.
이 부분은 “빗방울처럼 가리는/휘날리는/덮는”이라는 3개의 수식어와 “휘날리는 눈”이 아방가르드 요소를 만들어내는 표현이다. 이것은 “집들, 건물들”을 “가리는” ‘눈’이며 “블록 블록”(=보도블록들)을 “덮는” ‘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빗방울처럼 가리는/휘날리는/하얗게 덮는”이라는 삼중의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면서도 ‘눈이 블록 블록 소리 내는 불안해한 심장 소리를 덮는’, ‘눈이 건물들을 휘날리는’이라는 비상식적(비논리적)인 표현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시적 형식으로 쓴 것이어서 생략법을 사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즉 ‘건물들 위을, 앞뒤를, 사이를 빗방울처럼 휘날리는”을 생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분의 “블록 블록” 또한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보도블록들’과 ‘심장에서 나는 소리’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글은 화자를 따라 시공간과 사물들이 움직이면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무비즘 기법을 사용하여 아방가르드 시 경향으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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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밖 실화
글 글 「불안」은 나(박석준)이 2011년 12월에 실제로 겪은 상황과 사정(事情)을 무비즘 기법을 사용하여 시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불안」의 버전은 2012년 2월 3일에 (초고)를 쓴 <원작>과, 첫 시집 출판과정에서 2013년 1월에 개작된 <카페 버전>, 이 두 가지이다.
몸이 매우 빈약한 나는 2011년 12월의 토요일 아침에 몸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쌀쌀한 날이지만 푸른마을의 의원으로 갔다. 여의사가 나의 몸에 청진기를 대자 너무 차가워서 몸으로 눈이 갔는데 갈비뼈가 튀어나온 윤곽이 눈에 들어왔다. 몸통이 너무 빈약함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길을 창가로 옮겼는네 눈이 빗방울처럼 한 방울씩 창밖에 휘날리고 있었다. 여이사는 나의 체중을 물었다. 그 이후에 글에 나타낸 대로 상황이 흘러갔다. 이 글은 시 형식으로 표현한 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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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시 125-1
<개작>_(카페 버전)=시집 버전 2013-01-05
불안
(눈이 오네!) 눈이 아름다운 여의사가
진찰하는 등받이 회전의자 너머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 가슴을 드러내놓곤 어색해
곧바로 시선을 돌렸는데.
드러난 가슴의 갈비뼈가 아름다운 눈에 스민다.
눈을 감는다.
등받이 회전의자 너머 창밖
열 시의 겨울 거리가 눈 속을 흐르고 있다.
(차가워!) 가슴에 달라붙는 것에
놀라 금세 고개가 젖혀진다.
여의사가 회전의자에 앉아 있다.
그의 청진기가 가슴을 스친다.
블럭블럭 블록블럭 블럭블럭
심장에서 소리가 난다. 불안해진
동그라미 의자에 앉혀진 앙상한
갈비뼈를 청진기가 스친다.
단백뇨는…… 과로해도 있을 수 있어요.
소리들이 진단이다. 처방전을 받아가지고
급한 계단을 내려오는데
뭐라 했더라. 단백뇨가……
그새 희미해지고 만다. 의사의 말은
긴장되게 기억해야 하는데
(눈이 많이 오네.)
눈이 움직이고 있다. 병원 앞길에
집들, 건물들을 빗방울처럼 가리는 휘날리는 눈.
블록 블록 하얗게 덮는 것들
위를 밟으며 걸음을 재촉한다.
아무래도 단백뇨가……
별생각들이 마음에 들어와 휘날린다
심장이 블록블럭 불안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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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 2012-04-30 <원작>
∽→ 2013-01-05 오후 11:26. 박석준-시집 최종본 2012년9월22일-1(맹문재).hwp <원작 개작>
=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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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 2012-02-03
불안
눈이 오네.
가슴을 드러내놓고 어색해서
곧바로 시선을 돌렸는데.
여의사가 진찰하는, 등받이 회전의자 너머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다.
이제 막 드러난 가슴
갈비뼈가 눈에 스민다.
눈을 감는다.
흠, 겨울이지.
등받이 회전의자 너머 창밖
열시 경의 겨울 집들, 건문들.
차가워서, 가슴에 달라붙는 것에
놀라 금세 고개가 젖혀진다,
여의사가 회전의자에 앉아 있다.
그의 청진기가 가슴을 스친다.
블럭블럭
심장에서 소리가 난다. 불안해진
동그라미 의자에 앉혀진 손님 나를
갈비뼈까지 청진기가 스친다.
단백뇨는…… 있을 수 있어요.
소리들을 처방이다.
처방전을 받아가지고
2층 계단을 내려오는데
뭐라 했더라. 담백뇨가……
의사의 진단은
긴장되게 기억해야 하는데
동네 병원 앞길에
눈이 움직이고 있다.
눈이 많이 오네.
집들 건물들을 빗방울처럼 가리는
휘날리는 눈
블록 블록, 하얗게 덮는 것들
위를 밟으며 걸음을 재촉한다.
아무래도 단백뇨가……
별생각들을 다 흘리는데
심장이 블럭블럭
불안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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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3 오후 9:38. 불안-1.hwp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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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석준_43k. 목포. 2010-10-06 오후 2:37 IMG_7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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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2_113513. 푸른마을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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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715572394500-눈 내리는 광주 서구 치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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