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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41), 실존주의 앙가주망 (37), 아방가르드 (2), 리얼리즘 (15) 장밋빛 인생 / 박석준

나의 신시 42 장밋빛 인생

나의 무비즘 (41), 실존주의 앙가주망 (37), 아방가르드 (2), 리얼리즘 (15)

1992-11-08

박석준 /

<원작> 2020-03-03 (삼십/못 하시던데// )

장밋빛 인생

 

 

  “성함이 어떻게 되시오?”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요? 혹시 당신이 리더? 맞소?”

  성함을 계속 물었다. 서 있는 사람이, 무응답만을 듣고

  있을 수는 없는지 쏘는 음성을 던지고, 안쪽으로 간다.

  “나는 이상이오. 정보과에서 근무하지요. 몸 뒤질 마음이

  안 생겨서. 성씨를 말해 줘야, 대화가 될 것 아니오?”

  부드러운 리듬의 말을 했다. 사십대일, 깡마른 사람은?

  “이런 관계로 만난 것만으론

  성씨조차 말해주기가 어려겠소?”

  다시 부른 말은 이상하게도, 취조하다가,

  삼십분쯤 전에, 그들이 식사하는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연행된 사람들이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말을 잘하시네요! 당신 말이 맞소. 뭘로 시켜 드릴까?”

  9개월 전 노조 사무실에서 평가서를 쳐주라고 부탁하자

  ‘컴퓨터만 치는 단순노동자로 변해서 불안스러워요.

  선생님처럼 논의 구조에서 함께하고 싶은데.’

  한, 함께 연행된 해직 여교사인 정 선생.

  “아까 식사하시던 대로면 되겠지요.”

 

  국밥 한 숟가락만 뜨고 동그란 의자로 돌아와 앉았다.

  “식사를 못 하시던데, 당신 너무 말랐소, 간디같이.”

  낮고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더니, 말을 부른다.

  “당신 성씨가 뭐죠? 기억해 두고 싶어서 묻는 거요.”

  기억? 퇴직금도 쌀도 곧 떨어질 텐데, 소외된 나.

  활동을 잃어버린 박제, 서른다섯 살 나. “나는 박쥐.”

  “성이 박씨고 이름이 쥐란 말이오?”, “그냥 박쥐요.”

  과장 등뒤 식사를 한 책상, 그 너머 흐르는 말소리.

  “알겠소. 한데 며칠이나 굶은 거요? 나도 깡말랐지만,

  박쥐선생이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곱상한 사람이 남의 삶을 궁금해 한다. 착한 소년같이.

  “십삼일 굶었지요. 차 한 잔을 먹은 날도 있었지만.”

  “그래요?! 그런 상태인데도,” 소리 뒤를 시간이 흐른다.

 

  “무엇을 위해 대회에 참가한다는 생각이 들던가요?”

  노조운동의 어느 부분에라도 가 있고 싶었는데,

  7개월째 말이 단절되고 일로부터 소외되어,

  하는 일이 없어서 나는 실()을 나왔다.

  심장에 이상이 생겨 다리와 발등이 붓는다고 진단했지만,

  불우이웃이 되어 받은 쌀로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참가하지 않으면 나는 잊혀진 사람이 될 것이다.

  생각이 들어 사람들에게 잊혀짐을 늦추기 위해서지요.”

  “일부러 잡혀준 것이라는 뜻인데, 박쥐선생의 행동이나

  생각하는 힘, 말이나 모습은 내 인생에 남을 것 같소.

  인정이 많거나 스타일 흐르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 같다.

  왜 이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되었을까?

 

  “아악! 왜 몸을 손대냐?”, “이것 성폭행 아니여?”

  소리가 안쪽에서 났다. 간 사람이 들어왔다.

  “당신, 리더 맞지? 옷 벗기기 전에 신분증을 내시오.”

  내뱉고는 내 뒤로 가 바로 나를 들어올렸다.

  “어이, 이 사람 빨리 걷어내!”, “놔요! !”

  어렵게 몸을 빼내 나는 적갈색 잠바를 벗어 던.

  “가져가든가 뒤지든가 마음대로 하시오.”

  “그 잠바에 손대지 마시오. 나한테도 생각이 있으니.”

  소리에 두 사람이 그냥 나간다.

  이 과장은 파란 티셔츠 속 나를 잠시 살핀 후 나갔다.

 

  11월 초순 밤이 서울 이 경찰서에도 소리 내고 있다.

  십 분쯤 지나 두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오더니,

  내 옆에 의자를 갖다 놓고, 잠바에 손댄 사람도 앉는다.

  “박쥐선생은 무저항주의자? 간디 같소. 조금 전엔 왜?”

  깨끗한 목소리, 맑은 눈동자, 미소가 나를 적셨다.

  “당신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심리를 잘 분석하시네! 한 가지, 견해를 듣고 싶은데,”

  “요즘 대선 정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요.”

  잠바에 손댄 사람이 서둘러 말을 부른다.

  “내 개인적인 생각만을 듣고 싶다면.”

  “좋아요. 방으로 갑시다.” 서두른 사람이 서두른다.

  나는 방에서 졸음이 올 때까지 그들과 대화를 했다.

 

  귀가 후 92년이, 아파 활동을 잃어버린 나를 흘러갔다.

  방과 돈과 일.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장밋빛 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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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5 2020-03-03 () (초고)

= 2020.03.09. 05:11.. 박석준-3시집-0618-12-105()-4-2.hwp (초고 원본)

2020-03-03 () <원작>

= 2020.03.17. 16:43.내메. 박석준-3시집-0618-12-105()-5-2.hwp (원작 원본)

오교정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푸른사상)

2020.04.22. 14:41. (원작 최종교정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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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

    1992-11-08. 경찰서. (전교조 합법화와 민주대개혁을 위한 전국교사대회,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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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삶과 관련한 해석

  자서전 시집 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에 수록된 장밋빛 인생1992118일에 서울에서 일어난 실제의 사건과 사정을 그린 실화이다. 이날 나(박석준)전교조 합법화와 민주대개혁을 위한 전국교사대회에 참가하려고 서울대학교로 갔다. 그리고 연행되어 경찰서로 갔고 성이 인 정보과장을 포함해 두 사람에게 취조받았다. 하지만 나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나는 장밋빛 인생에 몇 개의 장치를 걸어놨다. 그 중 하나는 실제 흘러간 사건의 내용, 와 형사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사건의 과정과 결말이다. 형사들이 연행된 를 취조하지만 결국엔 의 의견을 구하고 듣게 됨으로써 서로 간에 위치가 바뀐다. 사건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렇게 흘러가는 한국 시가 이것 이전에 창작되었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연행된 사람이 연행한 사람을 제압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무저항주의로도 시대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단언해서도 안 된다. 인간이란 어떻게 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가(또는 인정, 인생, 휴머니즘)를 형상화되었을 뿐이다.

  또 하나는 작품에 사용된 두 개의 어휘, “이상박제이다. 이 두 어휘가 작품의 미학적 측면을 보조한다.

  “는 취조받는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박제(剝製)”를 떠올려 박쥐라고 말을 했고, 매우 엉뚱하게도, 이 말에 취조해야 할 깡마른 정보과장이 박쥐 선생의 행동이나 생각하는 힘, 말이나 모습은 내 인생에 남을 것 같소.”란 말을 흘려냈다. 그리고 또 엉뚱하게, 정보과장의 이 말이 에게, 취조하는 깡마른 정보과장을 인정이 많거나 스타일 흐르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 같다.”라는 생각을 일으킨다. 이날 실제로 처지가 정반대인 두 사람 사이에 말(대화)과 상념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갔는데, 영화 같은 이 만남의 시간은 성격과 의미를 어떻다고 해야 적절한 것일까?

  이 엉뚱한 흐름에서 이상이라는 이름이 이상(理想: 생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완전하다고 여겨지는 상태), 이상(異常: 정상적인 것과 다름), 이상(李箱: 한국의 초현실주의 시인, 소설가, 수필가, 화가) 등으로 변화한다. 그리하여 초현실(超現實), 환상으로 변화한다. “박제가 활동을 반만 하는 박쥐어두운 존재’, ‘전락한 존재’, ‘실존의 상실로 변화한다. 그렇지만 박쥐는 날 수 있는 동물인 까닭에 비상(飛翔)’이미지도 갖는다. 이 불연속적인 두 어휘가 환상(幻想), 영화, 꿈 같은 일, 비현실 등의 판단을 낳는다. 하지만 이 글 속의 이야기는 실화이다. 이 글은 실화를 리얼하게 재현하였다. 이 작품에 슬픈 혹은 아픈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슬픔보다는 열정’, ‘아름다움이미지가 더 강하게 자리잡는다. 그리하여 제목이 장밋빛 인생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것이 이 작품의 특이한 미학이다. 이런 여러 사랑이 이 글에 아방가르드 요소를 낳는다. 국어사전에는 장밋빛붉은색낙관적, 희망적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글은 방과 돈과 일.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장밋빛 인생일까?”로 끝맺고 있다. 노조 운동을 하고 싶었으나 ”(돈 없음, 가난함)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한다.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부조리한 현실이다. 하지만 오늘 참가하지 않으면 나는 잊혀진 사람이 될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 투쟁을 선택했다. 장밋빛 인생에는 실존주의 앙가주망이 반영되었다. 그리고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시공간이 이동함으로써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기법(무비즘)이 사용되었다. 이글에서 아방가르드 리얼리즘 경향을 보게 된다.

이 글은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라는 제목의 시집에 실려 있다. 이 제목은 인생에 대한 나의 철학을 담고 있으며, 내가 나의 글의 표현에 담은 기법 중 무비즘의 반영된 생각이다. 이 글에는 시간의 색깔과 ‘11월 초순 밤이 서울 이 경찰서에도 소리 내고 있다.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시간을 살아가려는(실존하려는) (박석준 = “” = 박제)의 빛깔이 이 과장은 파란 티셔츠 속 나를 잠시 살핀 후 나갔다.”로 표현되어 있다. 시집에서 파란가난하지만 고뇌하는 순수한 삶을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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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 작명(등장인물의 이름)

  자서전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두 사람의 이름(이상, 박제)을 제외하곤 모두 이름이 실명이다.

  실제로 내가 199211월에 만난 정보과장은 성이 이고 나(박석준)는 성이 이다. 이날 연행된 나는 박제(剝製)’가 떠올라서 소리를 냈는데, 정보과장이 박쥐로 알아들은 것이다. 그런데 그의 박쥐라는 표현이 나의 처지와 상황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그냥 박쥐요.”라고 대답한 것이다.

  나는 1994년에 이 장면을 글로 썼다. 글에선 그의 직업이 정보과장이어서 이름을 가리고 이 과장이라 하였는데, 이 과장은 자기 이름을 나에게 알려주었고 나는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 마른 몸과 독특한(이상한) 스타일과 관련한 생각을 하다가 돌연 박제와 관련된 이상(李箱)’이 생각나서 그 이름을 1994년에 이상이라고 정한 것이다. 그리고 곧, 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나의 이름도 가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 박제라고 작명했다. 이상의 소설 날개박제(剝製)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고 묻는 말로 시작된다. 나의 이름으로 정한 박제는 이 박제(剝製: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그 안에 솜이나 대팻밥 따위를 넣어 살아 있는 모양 그대로 만든 표본)의 뜻도 들어있고 박제(朴弟: ‘이라는 성을 가진 친형들의 동생)라는 뜻도 들어있다. 장밋빛 인생박제”/“박쥐는 나=박서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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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오교정)_시집

장밋빛 인생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요? 혹시 당신이 리더? 맞소?”

  성함을 계속 물었다. 서 있는 사람이, 무응답만을 듣고

  있을 수는 없는지 쏘는 음성을 던지고, 안쪽으로 간다.

  “나는 이상이오. 정보과에서 근무하지요. 몸 뒤질 마음이

  안 생겨서. 성씨를 말해줘, 대화가 될 것 아니오?”

  부드러운 리듬의 말을 했다. 40, 깡마른 사람은?

  “이런 관계로 만난 것만으론

  성씨조차 말해주기가 어려겠소?”

  다시 부른 말은 이상하게도, 취조하다가,

  30쯤 전에, 그들이 식사하는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연행된 사람들이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말을 잘하시네요! 당신 말이 맞소. 뭘로 시켜드릴까?”

  9개월 전 노조 사무실에서 평가서를 쳐주라고 부탁하자

  ‘컴퓨터만 치는 단순노동자로 변해서 불안스러워요.

  선생님처럼 논의 구조에서 함께하고 싶은데.’

  한, 함께 연행된 해직 여교사인 정 선생.

  “아까 식사하시던 대로면 되겠지요.”

 

  국밥 한 숟가락만 뜨고 동그란 의자로 돌아와 앉았다.

  “식사를 못 하시던데, 당신 너무 말랐소, 간디같이.”

  낮고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더니, 말을 부른다.

  “당신 성씨가 뭐죠? 기억해두고 싶어서 묻는 거요.”

  기억? 퇴직금도 쌀도 곧 떨어질 텐데, 소외된 나.

  활동을 잃어버린 박제, 서른다섯 살 나. “나는 박쥐요.”

  “성이 박씨고 이름이 쥐란 말이오?”, “그냥 박쥐요.”

  과장 등 뒤 식사를 한 책상, 그 너머 흐르는 말소리.

  “알겠소. 한데 며칠이나 굶은 거요? 나도 깡말랐지만,

  박쥐 선생이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곱상한 사람이 남의 삶을 궁금해한. 착한 소년같이.

  “심삽 일 굶었지요. 차 한 잔을 먹은 날도 있었지만.”

  “그래요?! 그런 상태인데도,” 소리 뒤를 시간이 흐른다.

 

  “무엇을 위해 대회에 참가한다는 생각이 들던가요?”

  노조 운동의 어느 부분에라도 가 있고 싶었는데,

  7개월째 말이 단절되고 일로부터 소외되어,

  하는 일이 없어서 나는 실()을 나왔다.

  심장에 이상이 생겨 다리와 발등이 붓는다고 진단했지만,

  불우이웃이 되어 받은 쌀로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참가하지 않으면 나는 잊혀진 사람이 될 것이다.’

  생각이 들어 사람들에게 잊혀짐을 늦추기 위해서지요.”

  “일부러 잡혀준 것이라는 뜻인데, 쥐 선생의 행동이나

  생각하는 힘, 말이나 모습은 내 인생에 남을 것 같소.”

  인정이 많거나 스타일 흐르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 같다.

  왜 이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되었을까?

 

  “아악! 왜 몸을 손대냐?”, “이것 성폭행 아니여?”

  소리가 안쪽에서 났다. 간 사람이 들어왔다.

  “당신, 리더 맞지? 옷 벗기기 전에 신분증을 내시오.”

  내뱉고는 내 뒤로 가 바로 나를 들어올렸다.

  “어이, 이 사람 빨리 걷어내!”, “놔요! !”

  어렵게 몸을 빼내 나는 적갈색 잠바를 벗어 던졌다.

  “가져가든가 뒤지든가 마음대로 하시오.”

  “그 잠바에 손대지 마시오. 나한테도 생각이 있으니.”

  소리에 두 사람이 그냥 나간다.

  이 과장은 파란 티셔츠 속 나를 잠시 살핀 후 나갔다.

 

  11월 초순 밤이 서울 이 경찰서에도 소리 내고 있다.

  10쯤 지나 두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오더니,

  내 옆에 의자를 갖다 놓고, 잠바에 손댄 사람도 앉는다.

  “쥐 선생은 무저항주의자? 간디 같소. 조금 전엔 왜?”

  깨끗한 목소리, 맑은 눈동자, 미소가 나를 적셨다.

  “당신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심리를 잘 분석하시네! 한 가지, 견해를 듣고 싶은데,”

  “요즘 대선 정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요.”

  잠바에 손댄 사람이 서둘러 말을 부른다.

  “내 개인적인 생각만을 듣고 싶다면.”

  “좋아요. 방으로 갑시다.” 서두른 사람이 서두른다.

  나는 방에서 졸음이 올 때까지 그들과 대화를 했다.

 

  귀가 후 92년이, 아파 활동을 잃어버린 나를 흘러갔다.

  방과 돈과 일.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장밋빛 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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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교정 시집_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2020.05.25. 푸른사상)

(의식의 흐름 속 말인 사십대40, 단어인 못하시던데’, ‘등뒤못 하시던데등 뒤로 편집자가 임의 오교정하여 인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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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최종교정) 2020.04.22

장밋빛 인생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요? 혹시 당신이 리더? 맞소?”

  성함을 계속 물었다. 서 있는 사람이, 무응답만을 듣고

  있을 수는 없는지 쏘는 음성을 던지고, 안쪽으로 간다.

  “나는 이상이오. 정보과에서 근무하지요. 몸 뒤질 마음이

  안 생겨서. 성씨를 말해줘, 대화가 될 것 아니오?”

  부드러운 리듬의 말을 했다. 사십대일, 깡마른 사람은?

  “이런 관계로 만난 것만으론

  성씨조차 말해주기가 어려겠소?”

  다시 부른 말은 이상하게도, 취조하다가,

  30쯤 전에, 그들이 식사하는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연행된 사람들이 밥은 먹어야 하지 않겠어요?”

  “말을 잘하시네요! 당신 말이 맞소. 뭘로 시켜드릴까?”

  9개월 전 노조 사무실에서 평가서를 쳐주라고 부탁하자

  ‘컴퓨터만 치는 단순노동자로 변해서 불안스러워요.

  선생님처럼 논의 구조에서 함께하고 싶은데.’

  한, 함께 연행된 해직 여교사인 정 선생.

  “아까 식사하시던 대로면 되겠지요.”

 

  국밥 한 숟가락만 뜨고 동그란 의자로 돌아와 앉았다.

  “식사를 못하시던데, 당신 너무 말랐소, 간디같이.”

  낮고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더니, 말을 부른다.

  “당신 성씨가 뭐죠? 기억해두고 싶어서 묻는 거요.”

  기억? 퇴직금도 쌀도 곧 떨어질 텐데, 소외된 나.

  활동을 잃어버린 박제, 서른다섯 살 나. “나는 박쥐요.”

  “성이 박씨고 이름이 쥐란 말이오?”, “그냥 박쥐요.”

  과장 등뒤 식사를 한 책상, 그 너머 흐르는 말소리.

  “알겠소. 한데 며칠이나 굶은 거요? 나도 깡말랐지만,

  박쥐 선생이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곱상한 사람이 남의 삶을 궁금해한. 착한 소년같이.

  “심삽 일 굶었지요. 차 한 잔을 먹은 날도 있었지만.”

  “그래요?! 그런 상태인데도,” 소리 뒤를 시간이 흐른다.

 

  “무엇을 위해 대회에 참가한다는 생각이 들던가요?”

  노조 운동의 어느 부분에라도 가 있고 싶었는데,

  7개월째 말이 단절되고 일로부터 소외되어,

  하는 일이 없어서 나는 실()을 나왔다.

  심장에 이상이 생겨 다리와 발등이 붓는다고 진단했지만,

  불우이웃이 되어 받은 쌀로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참가하지 않으면 나는 잊혀진 사람이 될 것이다.’

  생각이 들어 사람들에게 잊혀짐을 늦추기 위해서지요.”

  “일부러 잡혀준 것이라는 뜻인데, 쥐 선생의 행동이나

  생각하는 힘, 말이나 모습은 내 인생에 남을 것 같소.”

  인정이 많거나 스타일 흐르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 같다.

  왜 이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되었을까?

 

  “아악! 왜 몸을 손대냐?”, “이것 성폭행 아니여?”

  소리가 안쪽에서 났다. 간 사람이 들어왔다.

  “당신, 리더 맞지? 옷 벗기기 전에 신분증을 내시오.”

  내뱉고는 내 뒤로 가 바로 나를 들어올렸다.

  “어이, 이 사람 빨리 걷어내!”, “놔요! !”

  어렵게 몸을 빼내 나는 적갈색 잠바를 벗어 던졌다.

  “가져가든가 뒤지든가 마음대로 하시오.”

  “그 잠바에 손대지 마시오. 나한테도 생각이 있으니.”

  소리에 두 사람이 그냥 나간다.

  이 과장은 파란 티셔츠 속 나를 잠시 살핀 후 나갔다.

 

  11월 초순 밤이 서울 이 경찰서에도 소리 내고 있다.

  10쯤 지나 두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오더니,

  내 옆에 의자를 갖다 놓고, 잠바에 손댄 사람도 앉는다.

  “쥐 선생은 무저항주의자? 간디 같소. 조금 전엔 왜?”

  깨끗한 목소리, 맑은 눈동자, 미소가 나를 적셨다.

  “당신의 말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심리를 잘 분석하시네! 한 가지, 견해를 듣고 싶은데,”

  “요즘 대선 정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거요.”

  잠바에 손댄 사람이 서둘러 말을 부른다.

  “내 개인적인 생각만을 듣고 싶다면.”

  “좋아요. 방으로 갑시다.” 서두른 사람이 서두른다.

  나는 방에서 졸음이 올 때까지 그들과 대화를 했다.

 

  귀가 후 92년이, 아파 활동을 잃어버린 나를 흘러갔다.

  방과 돈과 일.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장밋빛 인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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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2. 14:41. 박석준시집_시간의색깔은자신이지향하는빛깔로간다_내지(0422).pdf (원작 최종교정: 30/못하시던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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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계준-정선생-김(앞)_박-나선생-재성-전(뒤). 1990-10-10. 지리산. img395

  나-계준-정선생-()_-나선생-재성-(). 1990-10-10. 지리산. img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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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11-08 (전교조 합법화와 민주대개혁을 위한 전국교사대회, 서울대학교)

  1992-11-08 (전교조 합법화와 민주대개혁을 위한 전국교사대회,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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