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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창작년도)

나의 무비즘 (5), 실존주의 모더니즘 (2) 한 소년 / 박석준

나의 신시 5 한 소년

나의 무비즘 (5), 실존주의 모더니즘 (2)

1971

박석준 /

한 소년

 

 

  내비게이션에 찍힌 수만리, 중학교 졸업 후

  36년 만에 만나게 된 친구, 우연히

  TV에서 알게 된 서로의 옛 친구가 산다는 곳

  찾아가자고 오늘 낮 서둘렀지. 친구 차로 출발했어.

 

  세 시 반 산속 마을의 길 위로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나타나더군. 구레나룻의 얼굴은

  내 기억이 담고 있는 얼굴이었어. 이 민박집 주인은

  를 보며 입술이 파랬던 아이를 말했지.

 

  그 집에선 개가 짖었고, 닭들이 사람을 피해

  구구구 하며 움직였지. 사가지고 간 닭튀김과

  민박집 주인이 담가둔 동동주가 너무 잘 어울렸지.

  자넨 그림에다가 보라색을 먼저 칠했지. 나는

  녹색 잉크만 썼고. 집에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40년이나 멈춰진 소년시절을 셋은 그림처럼 그렸지.

 

  만나면 뭘 말을 할까,

  간밤 생각했는데. 나는 화가가 못 되고

  친구는 지금 선생이다. 곡절이 많거나 적거나

  가장이 된 두 사람, 일을 해야 한다, 하다가

  한 소년의 모습이 덮고 지나가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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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6 2013-01-06 오전 6:01 <원작>

시집_카페, 가난한 비(2013.02.12. 푸른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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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년의 실제상황

    1971 (2 ) 회상

    2011-12-06 (현재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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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삶과 관련한 해석

1. 무비즘 기법의 구성 : 뜻밖의 만남들

  「한 소년무비즘 기법을 사용함으로써의 움직임을 따라 사물과 동물이 움직이고 시공간이 흐르고 공간이 바뀌는 장면이 펼쳐진다.

  “세 시 반 산속 마을의 길 위에서, 화자인 어디서 본 듯한” “구레나룻의 얼굴을 확인한 후에야 내 기억이 담고 있는 얼굴임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이 얼굴은 나를 보며곧바로 입술이 파랬던 아이라고 “40년이나 멈춰진 소년을 떠올려낸다.(“36년 만에 만나게 된친구가 누구하고 함께 간다고 이미 이름을 알려줬다고 하더라도 입술이 파랬던 아이를 떠올려낸다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다.)

  이 글엔 함께 찾아간 친구를 ‘36년 만에 만난이 아닌 “36년 만에 만나게 된으로 진술하고 있다. 이것은 뜻밖의 만남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2. 색깔로 남은 옛 친구의 소년시절이미지즘/상징주의

  「한 소년에는 옛 친구에게 세 가지 색깔로 남은 어떤 소년시절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리고 이 색깔들로 어떤 사람의 사정을 암시한다. 색깔에 의한 상징주의 이미지즘 수법이 사용되었다.

  옛 친구는 를 보며 곧 입술이 파랬던 아이라고 파란색을 떠올려낸다. “40년 전에 남긴 흔적인데 무엇 때문에 옛 친구의 기억에 있을까? “입술이 파랬던은 무슨 뜻인가?

  ‘입술이 파랬던 아이란 이상(李箱, 1910 ~ 1937)의 시 오감도(烏瞰圖)에 나오는 十三人兒孩(13인의 아해)’처럼 난해한 아이이다. 그의 시는 텍스트와 콘텍스트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있어야 이해하기가 쉽다.”라고, 이 글이 실린 시집 카페, 가난한 비를 본 김백겸 시인은 평했다.

 

    “자넨 그림에다가 보라색을 먼저 칠했지. 나는

    녹색 잉크만 썼고. 집에 그것밖에 없었으니까.”

 

  ⓵ 녹색 잉크만 썼고

  상점에서 다른 색 잉크를 사서 쓰면 될 텐데 왜? 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집에 그것밖에 없었으니까.’라고 옛 친구는 덧붙이고 있다. 즉 강조하고 싶은 사항은 집이 가난했으니까이다. 녹색가난함을 상징한다.

  “잉크1970년대엔 중학교 때부터 쓰는 필기도구이다. 이 시어는 중학교 졸업 후와 연결되면서 “40년이나 멈춰진 소년시절중학교 시절임을 짐작게 한다.

 

  ⓶ 그림에다가 보라색을 먼저 칠했지

  그런데 글 속 인물들끼리만 아는 보라색을 먼저 칠했지.”입술이 파랬던(파란)”은 글자 그대로 이해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뭔가 암시하는 것 같다. “보라색을 먼저”, “입술이 파랬던의 보다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림에다가 보라색을 먼저 칠했지나는 화가가 못 되고와 연결되면서 의 꿈이 화가였음을 또는 가 화가가 되기를 옛 친구가 소망했음을 생각게 한다.

 

    빨간색과 파란색의 중간에 위치한 보라색은 세 가지의 상징으로 분류된다.

    ⓐ긍정적 상징 : 고귀함, 고고함. 세련됨, 화려함, 권력, 강력함, 희망, 예술,

    ⓑ중립적 상징 : 신비스러움, 몽환, 초자아, 고독, 애증,

    ⓒ부정적 상징 : , 우울, 불안, 상처, 갈등, 슬픔, 이질적, 병약함, 죽음, 혼돈, 폭력, 어둠, (나무위키, ‘보라색’)

    색채 심리학에 따르면 보라색은 몸과 마음의 조화를 원할 때 끌리게 되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심신이 피로할 때 무의식적으로 찾게 되는 색이며, 숭고하고 신비로운 색으로 보았다. 실제로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아픈 시기에는 유난히 보라색을 선호하게 된다든지, 몸이 허약하거나 병약한 사람들도 보라색에 끌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승미 신안군 예술감독, 보라색 다리 건너 퍼플섬’, 2020.03.05.)

 

  이러한 일반적인 상징 의미를 적용하여, 보라색 화자가 이루고 싶었던 (화가, 예술) 또는 화자가 어떤 것(, 가난 등)을 치유하고 싶은 마음을 암시하는 색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보라색입술이 파랬던을 해석해야만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입술이 파랬던 아이

  입술은 빨갛다는 게 정상 상태이다. 파란 입술은 비정상 상태를 의미하며 입술이 파랬던병든내지는 죽음을 앞둔’, ‘치유가 필요한이라는 뜻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글에는 작가의 삶이 반영되기도 한다. 한 소년2013년에 출판된 시집 카페, 가난한 비에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7년 후인 2020년에 나온 시집 시간의 색깔은 자신이 지향하는 빛깔로 간다에는 팔로4징후’(국밥집 가서 밥 한 숟가락 얻어 와라)=‘TOF’(생의 프리즈 절규)란 말이 있다. ‘TOF’는 선천성 희귀 심장병이며 그 한 증상으로 청색증이 나타나는데 청색증이란 혈액 속의 산소가 줄고 이산화 탄소가 증가해 피부, 입술, 손톱이나 점막이 파랗게 보이고 호흡이 곤란한 증상이다.

  이런 사항을 감안한다면 입술이 파랬던 아이‘TOF라는 희귀 심장병을 앓고 있는 아이가 된다. ‘파란색()’을 상징하게 된다.

  그런데 오늘”(어른인 현재의) “에겐 입술에 파란색이 없다. 이런 점에서 옛 친구녹색만을 쓰고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불안한 마음이 파란색만을 보이고 있는 친구의 처지가 안타깝거나 불안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그 처지의 유사함 때문에 갖게 된 동병상련을 자신의 뇌리에서 파란색으로 저장해놓고 살아갔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파란색 옛 친구의 기억에 자리잡아 “40년이나 멈춰진 소년시절(시간) 오늘”(어른 시절)연결해주는 역할을 한 색깔이다. 또한 와 옛 친구가 예전에 절친한 관계였음을 알게 해주는 색깔이다.

 

3. 현재가 없는 존재 실존주의 철학

  ⓸ 소리

  이 글에서 흘러간 소리 서로의 옛 친구가 산다는 곳/ 찾아가자”, “입술이 파랬던 아이등 두 친구의 말소리, 개와 닭의 소리까지 4가지뿐이다. 는 간밤에 만나면 뭘 말을 할까생각했지만, 만난 후에 무슨 말을 했는지, 혹시 하고 싶은 말도 안 하고 나왔는지, 이 글에선 알 수가 없다. 이 글에 의 말소리는 없다.

  한편 의 친구들은 가장이며 직업이 있고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의 현재는, 가장인 건지 직업이 있는 건지(일을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는 연금수혜자나 부유한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의 현재 상황(사는 형편)을 알 수 없이, “한 소년의 모습이 덮고 지나가더군.”이라는 생각으로 이 글은 끝나고 만다. 이것은 는 오늘 친구들과 함께 있지만, 두 친구들에겐 (화자)”가 과거의 소년으로만 존재할 뿐, 현재(의 의미)가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런 점에서 이 글은 실존주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전하고 싶은 말, ‘사람은 말을 하고 일을 해야 하고 소외되지 않으면서 살아가야 하고, 동물은 자기 소리를 내면서 살아가야 한다, 이루어지지 못한 꿈은 의미 없는 현재(실존하지 못하는 지금)를 낳을 뿐이다.’라는 말을 흘려내고 있다.

 

4. 몽환적이다. 영화 무비즘

  그런데 한 소년은 누구일까? “입술이 파랬던 아이(=화자)”일까? 특히 이 글의 제목과 같다는 점에서 한 소년의 정확한 의미를 해석해야 이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한 소년입술이 파란’. ‘보라색을 먼저 칠한’, ‘녹색 잉크로 색깔 이미지를 결합한 암시와 상징의 수법을 사용했다. “36년 만에 만나게 된 친구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알 수 없다. 낮에 들어간 상점 안, ‘차 안에 있는 장면을 떠오르게 하고 산속 마을의 길 위가 나타난다. 민박집에선 개가 짖었고, 닭들이 사람을 피해 구구구 하며 움직인다.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알 수 없으나 (동동주)’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한 소년의 모습이 덮고 지나가더군.” 하면서 끝나고 만다.

  이런 점에서 한소년몽환적이다. 영화처럼 느껴진다. 이 글은 무비즘을 반영한 것이다. ‘시간색깔말소리형상’, ‘공간이 바뀜에 따른 언어의 변주, 이것이 한소년에서 표현된 무비즘(movieism)이다.

  글에는 작가의 체험()이 반영되기도 한다. 이 글을 정확하게 해석하려면 글쓴이나 글쓴이와 의 관련성 등에 대한 정보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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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밖 실화

1. 1/그림/이름

  시인이 된 나(박석준)2013년 가을에 광주의 무등산 아래 문빈정사 앞에서 시낭송을 하고 고교 동문 선배들이 서 있는 곳으로 갔다. 처음으로 하는 시낭송이어서 평을 들어보고 싶어서였다. 얼마 후에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이 왔는데, 외모를 유심히 살피더니 내 이름을 듣고는, “나 선이야, 1만 한 아이 맞지? 그림도 잘 그리고? 입술이 파랬던 애였는데. 우리는 다 너 죽은 줄 알았어.”라고 바로 떠올려냈다. 1 때 매우 친하게 지낸, 내 앞자리에 앉은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19763월 고2 이과반에 진급하자 곧 휴학했기 때문에 나와 은 헤어졌다.

  나는 중학교 졸업 후 헤어진 친구들에겐 입술이 파랬던 아이”, ‘그림 잘 그리는 아이로 기억되었음을, 1을 마치고 헤어진 친구들에겐 거기에다 ‘1등 한 아이로까지 기억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2. ‘이름

  “40이나 멈춰진 소년시절”(1971년 중2 )옛 친구이름은 이고, “중학교 졸업(19732) 36년 만에 만나게 된 친구의 이름은 이다.

  내가 이날 친구()”의 차를 타기까지엔 몇 과정이 있었다. 2007년 크리스마스 밤에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의식이 없는 상황에 이르자 혼자 살게 된 나는 불안해서 잠을 못 이룬 채로 몸이 말라갔다. “다리가 가늘어져 걷기 힘든 빈사의 몸”(→ 「빈집)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살아야 하고 살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까, 2008(51살 때)에 새 학교로 부임하여 시외버스로 통근했다.

  ‘병우’* 선생, ‘강순’* 선생, ‘선생 등 새 학교(목포제일여고) 선생들이 힘없고 너무 깡마른 나에게 배려를 해주었다. 나는 그해 가을에 시인으로 등단했다.(어머니는 이 사실을 의식 없어서 모르지만.)

  2009학년도 봄 전교조 분회원 모임 날 술집에 병우선생이 을 데리고 와서 자기 선배라면서 나에게 자기소개를 하라고 했다. 그리하여 선생이 출신 중학교까지 물었고, 조금 생각에 잠기더니 작은 석준이가 있었지.”라고 떠올려냈다. 3학년 8(후반 우수반)엔 성까지 똑같은 이름의 두 아이가 있어서 작은’, ‘을 붙여 구별한 걸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1년을 함께 동료로 지냈으면서도, 친구였는데 두 사람이 36년 전에 헤어졌음을 이날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한 소년‘36년 만에 만난이 아닌 “36년 만에 만나게 된으로 진술한 건 이런 사연이 있어서이다.

 

3. 시간과 형상

  ‘이 말한 입술이 파랬던 에는 그 시절의 색깔기억에 담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런데 ’, ‘이 이 오랜 세월 흐른 후에 보게 된 에게는 어른의 깡마른 모습만 있을 뿐 파란색 입술은 없다. 어떻게 해서 입술이 파랬던 아이를 떠올린 것일까?

  이것은 파란색 입술보다 먼저 형상(외모, 너무 깡마른 몸)이 기억에 새겨 세월을 타고 흘러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른에 남아 있는 변하지 않은 형상’(너무 가늘고 가벼운 몸)이 소년시절 후 단절된 시간을 이어줬음을 암시한다.

 

4. ‘과 가난, “입술이 파랬던(파란) 아이보라색

  이름 때문에 를 기억해낸 은 그 2년 후인 201112월에는 TV 인간극장에서 옛 친구” ‘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그리하여 2011126()옛 친구를 찾아가자고 하고는 조퇴를 하고 와 함께 목포의 편의점에서 닭튀김을 샀다.

  우리 중학교에선 2학년, 3학년에 2(전반, 후반)의 우수반을 두었는데, 2 때 나의 아버지가 파산한 후인 봄에 과 나는 전반 우수반의 짝이 되었고 교실 뒷문 옆에 자리가 배정되었다.

  파산하기 전까지 나는 학교에서 가장 부유한 집 아이, 가장 깡마르고 허약한 아이였지만, 나의 아버지가 파산한 무렵에 집안에 큰 사건이 생겨서 도 가난한 아이가 되어버렸다. 서로 동류란 생각이 들어서 곧 속 사정까지 털어내곤 했다.

  ‘은 나의 손톱 색깔도 본 유일한 학생이었다. 왜 파라냐고 물어서, 심장병 때문에 그런다고 했다. 나의 그림을 본 과 미술선생은 화가가 되라고 권했다. (미술선생의 권유로 나는 전국미술대회에 두 번 참가하여 좋은 상을 타 왔다.) ‘은 왜 보라색을 먼저 칠하느냐고 물어본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때 내가 우울하고 고독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지만, ‘벗어나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에게 대답한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교과서를 사지 못한 처지였고(#생의 프리즈 절규), “옛 친구” ‘은 너무 가난해서 녹색 잉크만 썼고백지를 연필로 깜해질 때까지(깜지) 아껴 썼다.(나에겐 녹색가난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점심 도시락이 없는 날엔 운동장에 가 있었다. (그런데 12월에 무슨 생각이 있었는지 담임이 나를 바로 앞의 자리, 태섭 옆 자리로 자리를 바꿔버렸다.

  조금 잘살았던 집안 아들인 은 일류학교에 무난하게 진학했다. ‘은 가난해서 2(후기) 학교 장학생을 선택했다.(‘은 학교에서는 매점 알바를 하여 고등학교를 다녔다고, “민박집 주인이 되어 내게 털었다.) 심장병으로 달리기를 하기 어려운 나는 체력장에서 기본점수인 10(배점 20)을 받은 까닭에 고입 시험에서 커트라인에서 1점이 낮아 1(전기) 고교 진학에 실패했다. 2류 고는 장학생으로 합격했지만 2류 고 진학을 식구들이 반대했다. 가난하기 때문에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신문 배달을 했다.(이것이 내 삶에서 첫 번째 전환점이 되었다.) 다음해에도 체력장 점수 때문에 1류 고 진학에 실패했다.)

 

5. 가난과 태섭

현기’**, ‘계범’***을 중1 때에 처음 만났고, 2 때엔 우수반(전반) 학생으로 ’, ‘태섭’**을 처음 만났다. 국민학교 1학년 때 짝이고 뒷집에 사는 국주’**도 한 반이었다.

  번화가인 충장로에 자양센터(통닭집) 가게도 있는 태섭네는 부유했다. 부유한 동네 궁동에 안집이 있었다.(#) ‘태섭은 전반 1등에다 학교 최고 미남이어서 나하고는 류가 달랐다. 나는 우수반의 아이일 뿐 가난하고 너무 깡말랐고 입술이 파란까닭에 학교에서는(학생들, 선생들에게) 불쌍한 아이였다. 태섭과 짝을 하는 겨울, 등교하러 학교 앞길까지 왔다가 불어오는 찬바람에 호흡이 막혀 멈춰서고 돌아서서 근처 벽 뒤로 가 숨어 있어야 하는 아이였다.

  그런데 도시락이 없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과 함께 운동장에서 앉아 있다가 돌아와 보니 내 책상 안에 통닭이 들어 있었다. 나는 번민했다.(#)

 

6. “입술이 파랬던(파란) 아이청색증(심장병)과 죽음

  “입술이 파랬던(파란)”이란 1976년도에 내가 휴학할 때까지 나를 만난 어떤 학생들(‘을 제외한), 선생들에겐 병 걸린’, ‘곧 죽을 것 같은으로 의미지어졌을 뿐이다. 그들은 나의 병이 무슨 병인지는 몰랐다고 생각된다.

  “입술이 파랬던(파란) 아이청색증을 보이는 심장병에 걸린 아이를 대신한 말이다. 나는 19761월에 눈을 다쳐서 고2 이과반에 진급하자 곧 3월에 휴학한다. 그런데 점차 몸이 마르고 다리가 가늘어지더니 6월엔 기어다니는 신체가 되어버렸다. 큰형이 데리고 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TOF의 마지막 단계로 와서 그런 거라고 했고, 수술 성공할 확률은 1프로지만 수술하지 않으면 이 해를 넘기지 못한다는 말을 했다. 이 병은 만 19살이 되면 99%가 사망한다고 했다. (내가 그림에서 멀어져간 것은 눈 때문이다.)

  이후 나는 나를 실험용으로 수술대에 올랐으며 운 좋게 국내 최초 심장병 성공 사례를 남긴다. 그리고 나는 문과반으로 복학한다.

 

7. “한 소년나의 삶과 글

  이날 나와 의 대화는 시간을 따라 국주의 향방을 모른다는 것, ‘계범5.18 독침 사건, ‘태섭에게 일어난 일을 내용으로 흘러갔다. 그러고는 곧 나의 뇌리에 한 장면이 덮고 지나갔다.

  덮고 지나간 한 소년은 궁동길에서 만난 태섭이다.(#) 그 길에서 고1 소년 태섭이 나를 보고 어떤 마음을 일으켰는지는 모르나, 나는 태섭에게서 나를 연민하는 눈을 보았다. 그로 인해 나는 충격을 받았고 고교 진학을 갈망하는 의지를 지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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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정직한 꿈 필의 민박집에 다녀온 후 푸른마을 진입로 길을 걷다가 경옥이 생각나서 떠올린 것이다.

 

  술 한 잔 하고 나

 귀가하는 길에서

  왜 이리 빨리 걸어오는지

  몰랐네, 그런 길에서 김 시인이 떠오르는데.

 

  중학 졸업 후 36년 만에 만나게 된 용욱이

  정필이를 찾아가자

  나를 챙겼던 용욱이

  차로 수만리 갔지.

  세 시 반에

 

  산적소굴에서

  그 주인을 만나

  40년이나 멈춰진 세월을 셋이

  그림처럼 그려 내고

  두 시간 만에 작별했는데

 

  돌아왔지, 여섯 시 반 내가 사는 집 근처에

  그런 길에 내가

  왜 이리 빨리 걸어오는지

  몰랐어.

  12월이 몇 날 지난

  밤 여덟 시 무렵

  동림동 내 집 가는 귀갓길을

 

  인도에 은행나무 떨어진 잎도 그저 밟히고 마는데

  나는 왜 이리 빨리 걸어오는지

  몰랐네, 김 시인의 말처럼

  ‘견딜 수 없네’****

  딸 하나 인천에 산다는,

  딸애의 약대 원서를 넣고 온

  두 사람 이야기는 이제야 다시 생각나는데

 

  만나면 뭘 말할까,

  간밤 생각했는데,

  넌 왜?

  런 어웨이

  곡절 많았던 주인의 세월

  이야기를 그림처럼 다시 그려 내다가

  ‘잘생기고 똑똑하고 부유했던 태섭이?

  그럴 가능성도 있지.

  델 샤논

  한 사람이 덮고 지나가더군,

  김 시인의 얼굴

  떠오른 한참 후에.

박석준, 정직한 꿈전문 (2011.12.06., 미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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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우 → 「겨울, 인물이 지나가면참조

  * 강순 → 「일기예보참조

  ** 현기, 태섭, 국주 # = 생의 프리즈 절규참조

  *** 계범 → 「축제 대인얘술야시장에서참조

  **** 견딜 수 없네: 김경옥 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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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전남 화순군, 2022-07-28_15:10. 1659065752953-15

  전남 화순군, 자-재남-제영, 2022-07-28_15:10. 16590657529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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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2022-07-28_15:10. 1659065752953-17

  전남 화순군, 나-재남-오철, 2022-07-28_15:10. 165906575295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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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이서면 안심리 필. -SNC14165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안심리 필. -SNC14165

    2011126일에 만나게 된 나(박석준)와 옛 친구()와 친구()가 오른족 방에서 소년 시절을 이야기함.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안심리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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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무진중학교_1999

  광주시 무진중학교_1999

    사진 출처

  ― http://gjarchive.kr/s_view/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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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화순읍 수만리_maxresdefault

  전남 화순군 화순읍 수만리_maxresdefa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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